[교육 희망 프로젝트] 3부. 행복을 꿈꾸는 교육

장관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 신규임용 법관 80%가 SKY

'수능 마피아' '문체부 한양대 라인' '서금회' 등 끌고 밀며 요직 장악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정문에 지는 해가 걸려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국내 굴지의 로펌 변호사인 A씨. 그는 서울중앙지법의 특정 몇몇 재판부 사건을 집중적으로 맡고 있다. 그가 서울대 법대 시절 함께 사법시험 스터디를 했던 판사들의 사건이다. 스터디 회원들보다 1~2년 앞서 사시에 붙은 A씨는 월급봉투를 들고 신림동으로 가 술을 샀다. A씨는 이들과의 친분을 로펌 입사 때 인맥란에 써넣었다. 이런 관계는 클라이언트에게 승소 가능성으로 해석되고, A씨의 사건 수임에 영향을 미쳤다. 회원 중 한 명이 고법부장 승진 순위 3위 이내라는 말을 듣고 A씨는 이달 말 그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점을 예약했다.

금융공기업인 B사에는 서울대 경영ㆍ경제학과 출신 모임이 있다. 임원급부터 신입사원까지 연 3~4차례 모인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C씨는 두어 차례 모임에 참석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비슷한 학번의 다른 회원들이 C씨를 알지 못한다며 뒷조사를 벌였고, 그가 다른 학과에 입학해 경영학과로 옮긴 사실이 드러났다. 회원들은 “학력을 속였다”며 퇴사를 요구했다. 인사부에 있던 회원은 아예 사직서까지 써 놓고 그를 불러 서명을 종용했다. 회사는 그를 지방으로 발령 내는 것으로 회원들을 달랬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학벌은 이처럼 작동한다. 전공이나 실력을 뛰어넘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거나 타인을 배척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한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교육의 힘은 학벌로 뭉친 기득권 층을 형성하는 것으로 변질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깨뜨리기 힘든 철옹성을 구축했다. 한 때 계층 이동의 사다리였던 교육은 이제 철옹성 입성여부를 구분하는 수단으로만 작용한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학벌사회에서 “학벌은 현대 한국사회에서 계급 또는 사회적 신분의 징표”라며 “우리들이 대학에서 얻으려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 권력”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SKY)로 상징되는 학벌의 영향력은 권력의 심장부에서 두드러진다. 2010~2014년 신규 임용된 법관 660명 중 서울대 출신이 340명(51.5%), 고려대 135명(20.5%), 연세대 52명(7.9%)으로 ‘SKY’ 출신이 79.8%(527명)이다. 검찰은 서울대 법대의 독무대다. 검찰의 별로 불리는 검사장급 이상 46명 중 김진태 검찰총장을 필두로, 임정혁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서울 법대 출신이 31명으로 압도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오랫동안 유지된 서울대 법대 중심의 진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부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영삼 정부 이후 외무부는 한승주 전 장관 등 14명의 장관 중 12명(85.7%), 교육부는 23명 장관 중 16명(70%)이 서울대 출신이어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반복되는 수능 출제 실패의 배경에도 서울대 사범대 출신들로 구성된 ‘수능 마피아’에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우리은행장 이광구 부행장 내정에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논란이 일고 있고,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불거진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한양대 출신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은 학벌이 작동하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와 공동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84.8%는 ‘사회에서 인정 받으려면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하다’고 봤으며, 96.7%는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학력을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학벌은 한 개인의 전체 삶은 물론 사회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문제는 대학입시 연령인 19살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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