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대장 시절 檢과 사사건건 충돌, 문서유출 수사 '괘씸죄' 더해진 듯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을 압수수색하고 직원 전원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검찰의 전방위 공세에 검경간 감정 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박관천(48ㆍ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경정이 과거에도 검찰과 각을 세운 경찰의 대표 주자여서 다시 ‘검경 충돌’의 중심에 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7일 경찰에 따르면 박 경정은 2011년 1월31일부터 지난해 3월까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장으로 재직했다. 지수대는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이 경찰 수사권 독립을 목표로 새롭게 만든 기획수사 조직. 조 전 청장은 지금은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처럼 지수대에 권력형 비리 등 대형 범죄 수사를 전담케 해 검찰 못지 않은 경찰의 수사역량을 과시할 목적이었고, 그 첫 임무를 박 경정에게 맡겼다.
박 경정은 예상대로 지수대장으로 일하면서 사사건건 검찰과 부딪쳤다. 대표적 사건이 2012년 ‘김광준 검사 비리’ 수사다. 지수대가 그 해 11월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씨의 은닉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김 전 검사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 중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검찰은 특임검사까지 임명하며 “손을 떼라”고 경찰을 압박했으나, 박 경정은 수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정면충돌을 불사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후에도 김 전 검사의 추가 혐의를 공개할 만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일부러 검찰 망신을 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경정이 필요 이상으로 수사를 한다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경정은 지난해 1월 ‘제약사 40억원대 리베이트 사건’ 수사 때에도 사건 관계자의 구속영장 신청과 기각, 재신청을 이어가며 검찰과 지루한 기싸움을 벌였다. 앞서 2012년 3월 일선 경찰이 검사를 고소한 ‘밀양 검사 고소 사건’에서는 검경이 사건 이송지휘를 놓고 부딪치자 직접 수사에 참여해 검찰에 맞서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현재 거침없이 이뤄지고 있는 검찰 수사 배경에 박 경정의 이런 이력도 한 몫 했다는 말이 나온다. 박 경정이 유출 당사자로 확인된 것도 아닌데 과거 ‘괘씸죄’가 더해져 수사 강도가 세졌을 것이란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경정이 총대를 메고 경찰 입장을 대변한 것은 맞지만, 거꾸로 검찰 눈에는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을 것”이라며 “수사 결과 경찰이 모든 유출 책임을 뒤집어 쓸 경우 엉뚱하게 검경 갈등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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