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아닌 개량한 약...특허 인정돼
특수 설비가 필요하고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는 실패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기술력은 물론 자금력까지 탄탄하지 않으면 도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바이오베터(슈퍼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복제’한 게 아니라 효능이나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량’한 약이다. 화학합성의약품을 개선한 이른바 개량신약과 비슷한 개념이다.
초기 바이오베터는 성장호르몬이나 인슐린처럼 개량이 비교적 쉬운 기존 바이오의약품을 대상으로 소극적으로 개발됐으나, 유효성분의 구조와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첨단기술을 가진 제약사들이 뛰어들면서 바이오시밀러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커지고 특허 만료 오리지널 제품이 늘면서 바이오베터와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복제약 특유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미 공고하게 형성돼 있는 기존 바이오의약품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에게 바이오베터는 위협적인 존재다. 오리지널보다 효능이나 안전성이 뛰어난 바이오베터가 나오면 바이오시밀러는 자칫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리지널 제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독자 특허를 인정받는다. 오리지널의 특허 만료와 상관 없이 출시가 가능해 별도 시장 개척이 가능하고, 다국적제약사와의 분쟁도 피할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다국적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인슐린과 혈액제제, 머크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의 바이오베터를 개발 중이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바이오의약품에서 얻는 로슈는 맙테라, 리툭산, 허셉틴 같은 자사 항제의약품의 바이오베터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더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바이오베터를 선택한 것이다. 국내에선 녹십자와 한올바이오파마, LG생명과학 등이 바이오베터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바이오베터와 바이오시밀러를 각각 개량생물의약품, 동등생물의약품으로 칭하고 별도의 허가 기준을 만들었다. 바이오시밀러는 반드시 오리지널과의 동등성을 입증해야 하고, 동등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 중 개량성이 인정되면 바이오베터로 허가하는 식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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