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들 사흘간 집단휴가...연합회는 10% 인상안 요구
2억원 들인 연구용역 결과 "보육료 10% 올려야" 나오자
복지부, 예산 반영은커녕 9개월 묵히다 공개해 사태 키워
8일부터 사흘간 전국 어린이집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집단휴가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만0~2세 보육료가 3% 인상에 그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집단휴가가 현실화하면 영아를 둔 맞벌이 부모들이 불편을 겪을 전망이지만, 교사들이 휴가를 취소하거나 대체교사를 투입하는 등의 조치도 예고돼 극단적인 혼란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7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지난 4년간 (만 0~2세) 보육료를 동결한 데 이어 내년 또다시 현실을 외면한 채 3% 인상으로 영아보육인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그간 평균 물가상승률이 3%, 최저 임금상승률이 6.4%가 올라 교재교구비도 부족하고 교사 인건비와 퇴직금 지급조차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며 보육교사들의 집단휴가 강행 의지를 밝혔다. 연합회는 “다만, 원장들은 각자 어린이집에서 부모의 맞벌이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받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를 볼모로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여론의 뭇매와 협상 상대인 정부에 지나친 강경 투쟁 인식을 주는 데 부담을 느낀 조치로 해석된다.
전국 2만4,000여 어린이집 중에서 가정어린이집은 1만5,000여 곳에 해당된다. 연합회는 11일 어린이보호차량을 이용해 각 어린이집 관할 내에서 보육료 현실화를 위한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14일까지 보건복지부의 대안이 없으면 15일부터 사흘간 집단 휴원을 결의할 계획이다. 가정어린이집들은 내년 예산안이 확정됐다고 해도 추가 예비비 확보를 통해 보육료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성웅 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합법적 휴가는 인정해야지만 (아이들의) 등원을 거부하면 행정처분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 등에 따르면 6일 오후 전국시도회장단은 복지부 보육정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연합회의 요구(10% 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용의는 있다” 정도의 답변만 받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주화 경남가정어린이집연합회장은 “현재 보육교사의 휴가계획서는 상당수 받은 상태”라며 “정부가 밝힌 표준보육비용대로 현재 (만 0세 기준) 75만5,000원인 보육료 지원보다 10% 인상된 83만500원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복지부가 적정 보육료 책정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제때 공개하지도 않고, 반영하려는 노력 없이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3년 표준보육비용 연구 결과’와 올해 만 0~2세 보육료 지원 단가(50인 시설 기준)를 비교하면, 올해 0세 대상 보육료 75만5,000원보다 10%, 1세 대상 52만1,000원보다 15%, 2세 대상 40만1,000원보다 20%가 인상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결과 중 1안으로 전국 어린이집 인력 평균 급여(원장 4호봉, 교사1호봉)와 일반 식단 기준으로 보육료가 산정됐다. 1안은 2안(원장 12호봉, 교사 5호봉)이나 3안(유기농 식단)보다 보수적으로 산정됐다. 원장들의 요구대로 10% 올리려면 3,000억원이 더 든다.
예산 부담 때문인지 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2억900만원을 들여 표준보육비용 연구용역을 발주하고도, 그 결과를 내년 복지부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지난해 12월 끝났지만 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는 올해 9월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결과가 나온 다음달에서야 뒤늦게 공개했다. 기재부는 내년 보육료를 동결 처리했다가 국회 보건복지위가 10% 인상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긴 뒤 3%로 깎으며 확정했다. 내년 3월부터 보육료 인상에 드는 돈은 750억원이지만 본 예산은 450억원만 책정, 300억원은 기재부가 예비비로 편성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년 예산안 부처별 분석’에서 “2011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보육료가 동결됐다”며 “보육료 현실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수 없단 소식에 전전긍긍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안모(36)씨는 “두 살 된 아들을 맡는 어린이집 교사가 네이버 밴드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휴가를 내니 헤아려달라’고 했다”며 “사실상 맡길 곳이 없어 30㎞ 떨어진 친정에 맡겨야 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