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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엘긴마블 러시아 전시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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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엘긴마블 러시아 전시에 발끈

입력
2014.12.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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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엘긴 마블 중 하나인 '일리소스'상을 바라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이터연합뉴스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엘긴 마블 중 하나인 '일리소스'상을 바라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이터연합뉴스

영국박물관이 보유 문화재 중 하나를 러시아에 대여해주자 그리스가 발끈했다. 안토니오 사마라스 총리까지 나서 “그리스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 성토했다. 그리스의 앙숙인 터키는 그리스를 응원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문화재 대여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는 입장이다.

영국 러시아 그리스 터키 네 개국의 반응을 엇갈리게 만든 문화재는 엘긴 마블이다. 영국 외교관 로드 엘긴이 1803년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온 대리석 조각상들이다. 그리스는 30년 전부터 엘긴 마블의 반환을 영국에 강력히 요청해 왔다.

러시아에 대여된 엘긴 마블은 그리스 신화 속 강의 신인‘일리소스’를 표현한 조각상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개관 25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전시된다. 엘긴 마블의 해외 대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스가 엘긴 마블의 해외 나들이에 유난히 흥분하는 이유가 있다. 영국박물관은 엘긴 마블의 외부 이동 사례가 없다며 그리스의 반환 요청을 완곡히 거부해 왔다. 영국박물관에 전시돼야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다는 명분도 내세워왔다. 그리스는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 엘긴 마블을 대여해주는 파격을 취한 건 그리스인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영국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인류의)보편적 유산을 가능하면 많은 국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밝혔다.

영국은 엘긴 마블의 취득과 보유는 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그리스를 지배했던 터키의 전신 오스만제국의 허가를 받아 영국으로 반입했다는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아흐메트 다부토클루 터키 총리는 아테네를 방문해 6일 사마라스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그리스의 반환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터키는 EU 가입을 위해 키프러스 분쟁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그리스의 성원이 절실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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