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最古) 제약업체인 동화약품이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건넸다가 적발됐다. 동화약품이 전국 923개 병ㆍ의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2010~2012년 3년간 건넨 뒷돈은 총 50억7,000만원으로, 전문의약품 연평균 매출액의 5%에 달했다. 2008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 법규가 시행된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정부합동수사단은 어제 동화약품과 이 회사 영업본부장, 대행사 대표 2명을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서 각각 300만∼3,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155명을 기소하고 해외로 출국한 의사 3명을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광고대행업체를 통해 의약품 시장조사를 빙자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사례비를 지급하는 수법을 주로 썼다. 정부의 리베이트 단속이 강화한 뒤 등장한 대표적인 편법이다. 설문조사는 허울일 뿐 실제로는 의사들과 사전계약을 통해 자사 의약품 처방규모를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거래를 해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대가로는 현금과 상품권 외에도 명품지갑을 주거나 원룸월세를 대납하는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불법 리베이트는 의약품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치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약값을 높여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정부는 제약사와 함께 돈을 받은 의사도 처벌하는 쌍벌제 도입 등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왔으나 뒷돈 관행이 여전하자 지난 7월 보다 강력한 조치인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시행했다. 리베이트 수수가 드러난 의약품에 대해 1개월에서 1년까지 건강보험 급여를 정지하고 두 차례 적발되면 보험급여에서 퇴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약업계에서는 이 제도 시행 이후 리베이트 거래가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투아웃제’ 시행 이전에 발생한 것이지만, 대행업체 동원이나 월세 대납 등 각종 편법을 써 단속의 눈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쌍벌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뒷돈을 요구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정부합동수사단이 관련 부처에 동화약품과 병ㆍ의원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하면서 현행법상 ‘2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인 법정형을 높이도록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합동수사단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면서 조만간 대형 제약사 가운데 ‘투아웃제’ 적용 첫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 강화만으로는 질긴 관행을 뿌리 뽑는 데 한계가 있다. 제약업체들 스스로 손쉬운 편법에의 유혹을 끊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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