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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국과 한국의 문고리 권력

입력
2014.12.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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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에서 권력핵심과 통하는 문고리 권력을 가진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언제든 편하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이 1973년 생인 새파란 그를 실세로 부르는 까닭이다.

그가 핫라인이 된 건 2005년 상원의원에 오른 오바마의 보좌관으로 일한 인연 덕이다. 권력의 곁을 지켜야 측근이 되고, 권력 주변을 그들로 둘러치는 것은 모든 권력의 속성일 것이다. 다만 오바마는 그들을 비공식 라인에 두지 않았고, 측근들도 오바마 주변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오바마가 첫 대통령 당선 후 공개적으로 감사하다고 말한 최측근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 오바마의 두 남자, 데이비드 액설로드와 데이비드 플러프는 지금 정치분석가로, 또 교통앱 회사 우버를 위해 일한다. 리퍼트 대사도 오바마 주변을 떠나 해군에 입대, 전쟁터인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던 베테랑이다. 측근들이 문고리나 꼭 잡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이런 측근 역할이 정말 필요할 때가 있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감 있게 일하는 것, 그리고 무엇이 진짜이고, 대통령 취임선서 하기 전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힐러리 클린턴이 이달 3일 오바마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1시간 얘기를 나누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털어놨다. 아마 현실과 거리가 생겨버린 오바마를 보고 안쓰러워 든 생각이 아닐까 싶다.

힐러리는 여기에 측근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여러 대통령을 알고 지냈지만 대통령 직이란 어렵고 고단한 자리다. 그래서 가족부터 시작해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친구, 주변을 넘어 정말로 거기에서 기다리며 대통령을 인간으로 대우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숨을 쉬고,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서포트 시스템은 측근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측근들이 우리의 경우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비리에 연루될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국익은 안중에도 없고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만 배부르게 한다는 말은 지금 여당이 야당일 때 당시 대통령 측근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래도 이전에는 측근으로 이뤄진 실세, 비선라인이 공적 시스템과 경쟁하다 나중에 흡수되는 게 보통이었다.

검찰수사로 이어진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그런 점에서 전과 양상이 많이 달라 보인다. 소위 찌라시 수준은 빼고,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만큼 비선, 측근, 주변인사들의 힘이 세다. 솔직히 이번 사태를 보며 정확히 이해할 수 없던 저간의 사건, 시중의 풍문들 가운데 심증을 굳힌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이번이 아니었다면 대통령을 15년 간 모셨다는 이재만이 누구길래 사기범이 그의 이름을 팔아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또 그 덕분에 수첩인사로 비난 받던, 숱한 인사 참사들도 ‘바로 그런 거였구나’하고 무릎을 치게 됐다.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림자 권력이 커지다 보니 장관 중에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들도 단순 억측이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사정이 그러했으니, 청와대 발 돌출정책이 이리저리 튀어 나오고, 청와대를 이고 사는 공무원 사회는 정책 배후가 누구인지에 더 관심을 두는 게 아닐까. 대통령의 입에서 쳐부술 원수, 천추의 한, 암 덩어리 같은 시니컬한 돌출적 발언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대통령이 장관을 불러 비선 실세를 비판한 과장, 국장 이름을 대며 나쁜 사람이라며 사실상 교체를 지시하고, 이걸 장관을 지낸 사람이 자기 임명권자가 그리했다고 언론에 흘려 조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사익을 공익으로 위장할 수 있는 게 측근 권력이고, 갈등이 터지면 자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권력을 움직이는 게 지금의 측근 정치일 것이다. 권력이 사적 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뭐라 할 일은 아니다. 그로 인해 공적 라인이 무력화되고 암투까지 벌인다면 무엇이 사익이고, 무엇이 공익인지 알 길이 없게 된다. 질서를 잡기 위해 시위현장에 치는 폴리스 라인을 청와대 권력에 서둘러 둘러쳐야 할 것 같다.

이태규 기획취재부장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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