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인질 1명도 숨져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이슬람 국가(IS)에 이어 예멘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났다. 예멘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피랍된 인질을 구출하는 작전 도중 자국민이 사망해 파장이 커질 조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소 개입주의’를 내세우며 가능한 일찍 중동에서 발을 빼려 해도 자꾸만 중동의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
APㆍAFP통신 등은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연계조직에 인질로 잡힌 미국인 루크 소머스(33)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질 1명이 구출작전 도중 사망했다”고 6일 보도했다. 구출작전에 투입된 네이비실 대원들이 무장단체 근거지를 급습했지만 이들을 발견한 개가 짖으면서 양측의 총격전이 시작됐고, 곧이어 무장단체 대원 한 명이 인질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여러 발 총격을 가했다고 로이터ㆍ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소머스는 예멘타임스 사진기자로 일하다 지난해 9월 예멘 수도 사나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AQAP와 연계된 무장조직은 4일 인터넷에 유포한 동영상에서 “소머스를 사흘 안에 살해하겠다”며 협박했다. 미국과 예멘군은 지난달 25일 예멘 남부의 한 지방에서 군사 작전을 펴 AQAP 연계단체에 억류된 인질 8명을 구출했으나 당시 구하지 못한 소머스를 포함한 인질 5명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질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정보판단에 따라 구출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예멘은 미국이 9ㆍ11테러 13주기였던 지난 9월 11일 IS 공습 방침을 발표하면서 ‘우리를 위협하는 테러 세력을 제거해 우방을 돕는 전략’의 모범 사례로 언급했던 곳이다. 이번 구출작전 실패로 미국은 체면이 제대로 구긴 셈이다.
예멘의 최근 변화상을 무시할 수 없다. 친미 정권이 사라지고 정국이 혼란한 영향이 크다. 30여년간 예멘을 통치하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친미 정책을 펼치며 정권을 유지해왔으나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막을 내렸다. 뒤를 이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은 살레와 같은 시아파의 일파인 ‘자이디파’지만 반미 노선을 폈다.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한 반군 후티가 현재 정국 주도권을 잡고 있기도 하다. 군사적 공조와 정보 수집이 예전 보다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이 인질 구출작전에 실패한 건 최근 6개월 사이 세 번째”라며 “알카에다가 소머스와 다른 인질을 숨긴 은신처에서 좀 떨어진 곳의 동굴을 발견해 인질 몇 명은 구출했지만 나머지는 이미 옮겨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미군이 IS에 인질로 잡혔던 제임스 폴리 등을 구하기 위해 시리아 라까 인근 IS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도 인질들은 옮겨진 뒤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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