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SNS를 떠돈 미국 한 대학 도서관 기둥의 낙서. “ Don’t Worry. We All mess up”
“걱정 마. 우리 모두 망쳤어”쯤의 의미일 게다. 기말시험 기간. 막차 시간에 맞춰 서둘러 가방 챙겨 나서던 학생들은 저 글에 발목을 붙들려 멈칫 미소를 짓기도 하고, 휴대폰 꺼내 사진도 찍고, 또 친구들과 몇 마디 유쾌한 농담을 나눴을지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의, 나직한 혼잣말. “우리는 다 요모냥 요꼴인데, 소수의 천재들이 늘 물을 흐려….” 터진 웃음들로 창백한 얼굴들에 생기가 돌고 스산하던 도서관 로비에도 야릇한 활기가 돌지 않았을까. (자기)연민과 비하에 젖지 않을 만큼 낮게 날다가 웃음으로 솟구쳐 오르는 희화의 미학. 공감과 상련의 에너지.
딱 거기가 절정이다. 한두 마디 덧대다간 균형이 흐트러지고, 웃음도 잃고…, 어쩌면 한 순간의 유쾌한 기억조차 훼손할지 모른다. 아마 지금쯤 저 낙서는 지워졌을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