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다. 다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할 듯 하지만 때로 소중함을 잊고 살기도 한다. 가족의 따뜻함을 일깨우는 연극 두 편이 찾아왔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트라이브스(Tribes)’
철저한 논리로 무장한 학술비평가 아빠 크리스토퍼, 남다른 공감능력을 지닌 추리소설가 엄마 베스, 언어 관련 석사 논문을 준비 중인 큰 형 다니엘, 오페라가수 지망생 누나 루스, 청각 장애인 막내 빌리가 한 식탁에 둘러 앉았다. 이들의 식사 중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면 대화가 겉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자 자신이 할 말만을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는 무시한다.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막내 빌리는 눈으로 입술을 읽는 능력(독순술)을 배워 가족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족 구성원 중 누구 하나도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연극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트라이브스(Tribes)’는 영국 극작가 니나 레인이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구상한 작품이다. “곧 태어날 아이도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길 바란다”는 다큐멘터리 속 청각장애인 부부의 말처럼 극 속 가족들 역시 청각 장애인 빌리가 있음에도 수화를 배우거나 혹은 빌리에게 수화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빌리가 청각을 잃어가고 있는 실비아를 만나 수화를 배우면서 이 가족은 변화를 맞게 된다.
극은 가족내의 문제를 부족(사회)의 문제로 확장했다. 구성원을 “2등 시민”으로 키우지 않겠다는 한 ‘부족’의 정체성 찾기를 통해 “대화가 꼭 소통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듯 하다.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민들레 바람 되어’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남편이 아내의 무덤을 찾아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일생을 고백한다.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는 평범한 은행원 남편 안중기의 30~70대 인생을 죽은 아내와의 대화로 풀어낸 작품이다. 2008년 초연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10만 관객의 눈시울을 적셨다.
살아있는 남편과 죽은 아내의 ‘대화 아닌 대화’ 라는 독특한 구성을 택한 연극은 관객에게만 들리는 남편의 독백과 아내의 메아리를 통해 “서로의 얘기가 들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설정한다. 완전히 통하지 않지만 또 어떻게든 통하는 사별한 부부의 대화는 현실 속 가족의 대화와 어딘가 닮았다.
드라마 ‘정도전’의 조재현, 이광기, 임호가 또 다시 의기투합한 ‘민들레 바람 되어’는 12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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