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황준국 대표와 첫 회동...6자재개 미묘한 온도 차 보여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5일 서울에서 만났다.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임명된 뒤 첫 회동이라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미국 측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약속 입증을 수차례 강조하고 나서는 등 한미 간 온도 차도 감지됐다.
성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외교부에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시간 동안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약속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의 추이를 볼 때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와 진실되고 진지한 자세로 일한다는 확신 없이 협상에 급하게 복귀하는 것은 잘못(mistake)”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을 포함한 외교 채널은 열려있다는 입장이지만 이것만 갖고는 힘들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갖고 대화에 나와야 비핵화에 대한 의미있고 지속적인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다음달 싱가포르에 열릴 것으로 알려진 북한 외무성 당국자와 미국 한반도 전문가 간 회동에 대해서도 성 김 대표는 “어떤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성 김 대표의 발언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 천명 없는 6자회담 재개는 어렵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어느 정도의 조건이 갖춰져야 하지만, 북한이 1에서 10까지의 구체적인 조치들을 다 취해야 하고 그 다음에야 우리가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황준국 본부장의 4일 모스크바 발언과는 뉘앙스 차이가 있다. 한국이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 재개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면 미국은 그보다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표명하거나 이행하면 이를 보고 대화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데 한미 간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성 김 대표는 황 본부장 외에도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을 비롯해 청와대 통일부 당국자들과도 만났다. 그는 8일 한국을 떠나 일본 중국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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