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동호회 수준 정명훈 사조직"
퇴직 직원 "삼성 기준 무리하게 적용"
시 의회 "박 대표 자질과 시스템은 별개" 지적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현정 대표가 직원들의 배후에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향 직원들은 부적절한 언행과 인사전횡으로 논란이 된 박 대표가 사과를 하기는커녕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현정 대표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이 자신의 과거 발언을 폭로한 것은 이달 말 계약이 만료되는 정명훈 감독의 재계약을 위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향은 동호회 수준의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면서 “모든 결정이 정 감독 위주로 이뤄지며 내부 직원은 그 과정에서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정 감독과) 재계약을 원한다면 12월 초까지 나를 정리해 달라고 정 감독이 요구했다는 말을 10월 28일 들었다”며 “이번 일의 배후에 정 감독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이 해외 활동 등 개인 일정 때문에 서울시향 연주 일정 변경을 요구하고 영리 목적을 위해 대표의 승인 없이 피아노 리사이틀 계획을 발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시향 직원들이 문제 삼은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의 와중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만든 경위는 꼭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향 대졸 초임이 3,000만원으로 연봉이 적지 않은데 6~7년차 (사무직) 직원이 엑셀 하나 할 줄 모르더라. 8년간 연주한 곡목 리스크가 없어서 그걸 정리하라고 하니 내 일이 아니라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채용해 정리해왔다”며 직원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사무실 직원들의 폭로와 관련해 감사원이 감사하고 검찰이 수사한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감독이 박 대표를 무시한다는 등의 지적을 해온 서울시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 박 대표의 자질과 서울시향 시스템의 문제는 별개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 의원은 “서울시향이 사조직화했다는 지적은 일정 부분 이해한다. 계약서 조건을 보면 정 감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박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 등은 감사원 감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그만 둔 인사는 “한밤중까지, 주말에도 일하는 시향 직원들이 적지 않으며 모든 직원이 엑셀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박 대표가 과거 근무했던 대기업 삼성의 기준을, 서울시향이라는 작은 조직에 무리하게 적용하려다 논란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감독은 박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 감독은 현재 유럽에 체류하고 있으며 서울시향 정기공연(12일)을 위해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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