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장려 정책 등 영향
가구 25%가 "빈곤 경험" 고령층일수록 탈출률 낮아
2년 전에는 빚이 전혀 없던 가구 중 30%가 현재 빚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살림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저금리와 부동산대출규제 완화 등 정부의 빚 장려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구의 동태적 변화 분석’에 따르면 2012년 부채가 없다고 응답한 가구의 30%는 올해 조사에서 부채가 있다고 답했다. 2년 만에 10가구 가운데 3가구가 새로 빚이 생겼다는 얘기다.
또 2012년 부채가 있다고 응답했던 가구의 84%는 올해도 그대로 빚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진 빚이 많을수록 잘 줄어들지 않았다. 2012년 부채가 2,000만원 미만인 가구는 45.9%만 올해도 같은 규모의 부채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2012년 부채가 1억원 이상이던 가구의 4곳 중 3곳(75,5%)이 올해도 같은 규모의 부채를 보유했다.
한국 사회에 빈곤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엔 조사 대상 가구의 16.2%가 빈곤 상태였지만 2013년엔 16.8%로 늘어났고, 2011~2013년 3년 간 한 해라도 빈곤을 경험한 가구의 비율은 25.1%, 4가구 중 1가구였다. 통계청은 빈곤의 기준을 중위소득(2013년 기준 연간 2,240만원)의 50% 미만으로 설정하고 있다. 취직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 푸어’의 존재도 확인됐다. 2011년 ‘가구주가 취업하지 않았고, 현재 빈곤하다’고 응답한 가구 가운데 2013년 가구주가 취업을 했음에도 여전히 빈곤한 가구는 60%였다.
특히 고령층은 더 쉽게 빈곤해지고, 빈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빈곤 진입률은 60세 이상(15.8%) 40~59세(6.4%) 39세 이하(16.8%)순으로 높았고, 빈곤 탈출률은 39세 이하(53.7%) 40~59세(47.4%) 60세 이상(16.8%) 순이었다.
소득 계층의 이동도 쉽지 않았다. 2011년 가구의 소득 분위(1~5분위)가 작년에도 유지된 비율은 57.7%였고, 상승하거나 하락한 비율은 각각 21.2%였다. 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는 각각 평균보다 높은 75.9%, 71.2%가 2년 전과 같은 분위를 유지했다. 부자는 여전히 부자고,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자산을 기준으로 한 계층 이동의 벽은 더 높았다. 자산 기준으로 1~5분위를 구분했을 때 2011년 분위가 지난해에도 유지된 가구의 비율이 69.2%에 달했고, 상승과 하락은 각각 15.4%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사회적 이동성을 파악하기 위해 통상적 통계조사와 달리 1~3차 조사에 전부 응답한 1만6,973가구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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