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가 메모 사건으로 한동안 정회했다. 정부 부처와 공무원의도를 넘은 국회 경시 태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정부는 일벌백계로 관련자를 문책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에 대한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어제 국회 교문위에는 취재진의 이목이 잔뜩 쏠려 있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한 국회 차원의 사실 확인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전 질의가 끝나기 직전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우상일 체육국장이 김종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한다’고 적힌 메모를 건넨 것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김 차관에게 사실여부를 물었다. 김 차관은 내용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메모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메모를 가져오게 해 읽은 설훈 위원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도 흥분을 다 가라앉히지 못한 듯 “아니, 공직자가 지금 여기가 어딘데, 국회잖아, 여야싸움으로 몰고 가라니”하고 언성을 높였다. 김종덕 문화부 장관이 “책임자로서 사과 드린다”고 곧바로 고개를 숙였지만, 설 위원장은 “책임자로서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며 “여야 모두 국민의 대표인데, 국민을 싸움 붙이라니?”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정회를 선포했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잇따라 성토에 나섰다. 결국 김 장관이 거듭 정중히 사과하고 “상임위가 끝나는 대로 적절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회의가 정상화할 수 있었다. 당사자인 우 국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길래 차관이 나서서 많은 말을 하면 별로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서 쓴 메모”라며 “급히 쓰다 보니 앞부분이 생략됐다”고 해명했다. 여야의 설전에 되도록 끼어들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더라도 ‘여야 싸움’은 납득할 수 없다.
국회가 본래의 입법기능과는 동떨어진 정쟁에 매달려 허송세월을 하고, 시간에 쫓겨 법안 및 예산안 심사 등에 소홀한 바람에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행정부처 공무원들이 국회를 가벼이 여길 수는 없다. 국민에게 국회는 심부름꾼이지만, 공무원에게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지간한 쟁점은 이내 정치공방으로 번지고, 정치성향에 따라 국민인식까지 갈리기 쉬운 상황이다. 정부와 관료들이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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