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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떼부자? 때부자!

입력
2014.12.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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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아빠와 대중목욕탕에 간다. 아빠와 단둘이 얘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생기는 셈이다. 때수건 등 각종 목욕용품을 챙기고 목욕탕에 가는 길에는 으레 가벼운 이야기를 한다. 이를테면 “저녁밥 참 맛있었지?”와 같은 물음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수온이 40도를 웃도는 탕 안에 들어가면 몸이 노곤해진다. 가슴에 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도 든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기 바쁘다가도 아빠는 불쑥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회사에서 일하랴, 글쓰기도 하랴 많이 힘들지?” 나는 과장되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너스레를 떤다. 몸이 기진맥진해질 즈음 탕 밖으로 나와 우리는 서로의 등을 밀어준다. “아들은 참 때가 많이 나와.” 때수건을 끼고 등을 문지르는 손바닥에서 힘과 온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예전에 엄마가 그랬어. 어렸을 땐 때를 많이 써서 때보, 커서는 때가 많이 나와서 때보라고.”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에 맞춰 우리는 한바탕 웃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둘 다 말이 별로 없다. 말을 안 해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대화가 된다. 건널목에서 아빠가 마침내 입을 연다. “근데 아들, 아들은 때부자 같아. 때라도 부자인 건 좋은 거겠지?” 부자(父子)가 부자(富者) 이야기를 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근데 아빠, 떼부자가 갑자기 되는 것이라면 때부자는 아무래도 타고나는 것 같아.” “때도 유전이라는 말이니?” 아빠의 말에 때때옷을 입은 것처럼 달도 환히 웃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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