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활(終活)은 일본 고령자들이 인생의 종말을 충실히 마무리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태평양 전쟁 패전 직후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 단카이세대가 은퇴를 전후해 생겨난 이 말은 2010년 독신노인의 장례 절차와 유품처리, 유언 등을 적는 공책인 임종노트의 등장과 함께 명실상부한 하나의 비즈니스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도호쿠 대지진으로 1만5,000여명이 숨지고, 3,000명에 가까운 실종자가 발생,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종활은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가 됐다.
‘종활 따위 그만두시오'(사진)는 최근 일본 사회에 퍼지고 있는 종활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죽음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따끔하게 비꼰 책이다.
‘기적의 관음경’ ‘케이크와 부처’ 등 한국에도 다수의 책이 번역 소개된 불교 학자 히로 사치야가 펴낸 이 책은 6월 시중에 발매되기가 무섭게 매스컴의 관심 대상이 됐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책 전체를 통틀어 종활의 주요 절차나 형식인 유언, 장례, 무덤 등이 불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상속을 둘러싼 어중간한 유언은 남기지 않는 것이 낫다고 충고한다. 애매한 유언으로 남은 가족들에게 불화의 불씨를 남기기 보다 남은 유산을 어떻게 배분할 지 가족들이 스스로 논의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불교 의식에 근거해 이뤄진다고 잘못 알려진 장례의식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담고 있다. 일례로 “내가 죽으면 장례는 이렇게 치러달라”고 유언을 남기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 지는 살아있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불교 경전에 따르면 유족이 원하지 않으면 장례식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일본의 수많은 절에서 이뤄지는 장례식은 스님과 장의사가 벌인 영업의 산물일 뿐, 불교의 가르침은 아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에 유독 많은 매장 문화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세계적인 인구과밀지역인 일본 수도권에서 매장을 통한 장례를 치르는 평균 비용은 220만여 엔이지만, 화장을 할 경우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장 문화가 불교문화에서 기인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불교의 발상지 인도에서는 화장이 기본이며, 유골은 모두 강에 흘려 보낸다”며 “유골을 무덤에 보관하는 일도 없는데, 이는 사후 49일이 지나면 다시 태어나는 윤회 사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불교식 장례의 목적은 주검의 처리는 물론 유족의 마음을 정리하는 행위로, 기독교 장례의 목적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점에 공감한 일본내 기독교 단체들이 고령자에게 종활과 관련된 도서로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의 장례와 관련된 내용을 임종노트에 남기는 것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가장하면서도 실제로는 현세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현세의 일을 깊이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삶을 살다가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종활”이라고 충고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일본인의 특성이 종활을 유행시킨 중요한 배경이다. 반면 자신이 남겨진 사람에게 자신이 훌륭한 사람임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는 욕심으로 변질된다. 형식적인 종활에 집착하기 보다 지금 현재 가족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종활임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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