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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논일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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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논일 소묘

입력
2014.1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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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신 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논일 소묘’ · 신 평

아래 위 논 사이

고랑 따라 물이 잴잴 흐른다

돌에 부딪혀 일어나는 맑은 거품들

들쥐가 한 마리 흘낏 돌아보는데

그 눈에 한껏 담긴 평화

잠자리도 나비도

구부린 어깻죽지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시소를 탄다

어떤 낯섦이나 두려움도 없는 이곳

무심(無心)은 벼 사이 길게 드러누워

한숨 잔다

바람이 길게 스친다

억겁의 인연을 환기하며

그렇다, 이것이 마지막이라 한들

다신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라 한들

그냥 몸을 뚫고 지나간다

쪽빛 하늘 광막한 고요가 받치고

농부의 풀어헤친 가슴

떨어지는 하늘물 받아 마셔

온 몸이 쪽빛으로 물든다

시인 소개

신 평은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 판사 변호사를 거쳐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교육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철우언론법상을 수상(2013)했고, 저서에는 ‘일본 땅 일본 바람’, ‘키 큰 판사와 키 작은 아이들’ 등 13권을 출간했다. 시집 ‘산방에서(책 만드는 집 12년刊)’가 있다.

해설 · 성군경

날개가 없다고 퍼덕거릴 수 없는 건 아니다.

하루에 수천 번도 더 날갯짓 하는 심장으로 푸드덕 날아올라 가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시인은 시공간과 시공간 사이의 주인 없는 공간인 차원의 틈새에 들어, 빛이 이끄는 대로 발길을 맡겨 하늘을 조각하였다. 삶이란 수리적 가치 측정 없이 그냥 느끼고 깨닫는 것.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맑은 바람과 청정한 연꽃처럼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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