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사 공장내 디자인공장 세워
고객과 함께 제품 아이디어 찾아
'재료의 재발견' 프로젝트 진행
세계 1위 화학소재기업 바스프의 독일 루트비히스하펜시 본사 공장 내에 자리잡은 ‘디자인공장(Design Fabrik)’을 3일(현지시간) 방문했다. 화학 물질이 오가는 파이프라인과 연기를 내뿜는 굴뚝으로 둘러싸인 공장 한복판에 디자인 연구소가 있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 바스프는 이날 내년 창립 150주년을 맞아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초청한 기자 70여 명에게 이 디자인공장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2006년 세운 디자인공장은 화학소재 기업으로서 이례적으로 제품 디자인과 색만을 고민하는 ‘특별 조직’이다.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마글린씨는 “고객사들이 점점 더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중요시 하는 점을 감안해 생산제품 간의 장벽을 없애고 모든 제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이 디자인공장을 만들었다”며 “고객들은 바스프의 수천 가지 소재를 직접 느끼면서 새 제품과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우리와 함께 답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내로라하는 경력의 제품 디자이너 3명과 칼라 디자이너 2명 등 전문가 5명이 근무한다. 12년 넘게 푸마, 아디다스 등에서 200가지 넘는 신발을 디자인한 알렉스 호리스버거 디자이너는 “아디다스 근무 당시 이 곳에 와서 바스프의 소재를 살펴보다 축사용 깔판으로 쓰던 팽창 가능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을 보고 신발 깔창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4년 전 샌들을 만들었고 반응이 좋아, 아예 바스프 디자이너로 옮긴 후 신축성 뛰어난 신개념 운동화까지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디자인공장 2층에는 수 백 가지 잡동사니가 진열돼 있는데, 여기서 탄생한 새 제품들이 일일이 소개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지면서 산업 디자이너들 사이에는 명소가 됐다.
이날 바스프 디자인공장은 ‘콘셉트 1865’라는 이름의 신개념 ‘전기 자전거(e-bike)’도 소개했다. 이는 바스프가 설립된 1865년 칼 폰 드라이즈가 만든 세계 최초 자전거를 모델로 바스프의 24가지 첨단 플라스틱 소재만 활용해 만들었다. 안드레아스씨는 “디자이너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스프 소재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회사 내 소재 전문가들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 지를 찾는 ‘재료의 재발견’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바스프가 1865년 인구 5,000명 남짓의 작은 도시에서 청바지에 쓰인 ‘인디고 블루’ 등 염료 생산을 시작으로 합성비료용 암모니아, 플라스틱을 비롯한 기능성 제품, 원유 천연가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매출 739억7,300만 유로(약 101조원, 2013년 기준)의 세계 1위 화학소재 업체로 성장한 데는 이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혁신을 추진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쿠르트 복 바스프 그룹 회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바스프의 성공 비결은 임직원의 각별한 의지와 창의력 덕분”이라며 “바스프의 미래는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바스프가 추진하는 글로벌 공동창조 프로그램 ‘크리에이터 스페이스’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이는 에너지, 식량, 도시 생활 등 미래 인류가 마주할 과제에 대해 전 세계 누구나 쌍방향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 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것으로, 바스프는 이 의견들을 바탕으로 내년 1월 인도 뭄바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 6개 도시를 돌며 사내 전문가, 고객, 과학자, 정치인,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과 함께 대토론회를 열어 해법을 찾으려 한다. 쿠르트 복 회장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해결책이 바스프에겐 또 다른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바스프가 그 동안 화학과 기타 산업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활용한다면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사회 이슈를 해결하는 데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루트비히스하펜(독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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