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예산은‘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다. 국고보조금이 특히 그렇다. 지난해 12월 공조수사체계를 구축한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국고보조금 관련 비리에 대해 집중 단속해 최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적발한 부정수급자가 5,552명에 달하고 그 중 253명을 구속했다. 부당 지급ㆍ유용된 국고보조금만 3,119억원에 달했다. 이는 밝혀낸 액수일 뿐 못 밝힌 것까지 포함할 경우 조 단위가 족히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국고보조금에 대한 불법행위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어 일일이 적시하기도 힘들다. 주로 서류조작을 통한 보조금 불법수령이나 보조금 횡령 등의 수법이다. 재직증명서 등 관련서류를 위조해 전세자금이나 산업단지 이전 촉진을 위한 보조금을 받아낸다거나, 영양사나 조리사 등을 허위 등재해 보조금을 편취하고, 보조금을 엉뚱한 곳에 쓰는 등 비리가 백태다. 보조금 횡령이나 편취를 한 기관들도 정당을 비롯, 어린이집 평생교육원 노인요양시설 대학 연구소 벤처기업 농장주 등으로 거의 모든 분야가 해당됐다. 보조금 있는 곳에 비리가 있다는 얘기다. 공모자가 빠질 수 없다. 관련 공무원들이 모른척하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가 사법처리 됐다.
국고보조금은 민간단체나 개인사업자가 정부를 대신해 공익사업 등을 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2006년 30조원이던 국고보조금은 올해 52조5,000억원으로 늘어나 국가 예산의 15%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출연금이나 국세감면액 등을 포함할 경우 실질적으로 국고에서 보조하는 예산은 100조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렇게 큰 규모의 국고보조금에 대해 관리가 너무 소홀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챙기기가 까다로운 분야에 대해 보조금으로 해결하다 보니 유사ㆍ중복 분야가 늘어났고 예산 규모는 점점 방대해졌다.
정부가 어제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고보조금을 고의로 부정 수급하면 보조사업 참여와 지원이 영원히 금지되고 부정 수급액의 5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대책을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도 덧붙였다. 사실 정부는 3년 전에도 근절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친 셈이다. 문제가 지적되면 대책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 국고보조금 사업 하나하나를 원점에 놓고 타당성 검토를 다시 해야 한다. 보조금 집행과정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사후 검증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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