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받은 계시에 따르면 운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홍 모 전도사, 서 모 목사 등 두 여성 종교인이 퍼뜨리는 12월 중 한반도 전면전 발발설(說) 파장이 만만치 않다. 홍씨는 자신이 직접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는 내용을 수 차례 유튜브에 올렸다. 미국에서 목회활동을 한다는 서씨도 비슷한 주장을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이들의 주장은 인터넷이나 교회 간증집회를 통해 급속히 번지고 있다. 급기야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이 현혹되지 말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 기세는 여전하다.
▦ 구약성경에 나오는 선지자를 자처하는 두 사람의 12월 전쟁설 배경에는 모두 북한의 남침 땅굴이 있다. 홍씨는 남한 내에 15개의 북한 땅굴이 있다고 하고, 서씨는 땅굴에서 남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환상을 봤다고 한다. ‘남침땅굴을 찾는 사람들(남굴사, 대표 김진철 목사)’ 등이 집요하게 펼치는 땅굴 주장과 흡사하다. 국방부가 과학적 근거를 들어 아무리 반박해도 남굴사는 청와대 주변은 물론 경기 남부지역까지 땅굴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다고 믿는다. 대책 없는 남침땅굴 신앙이다.
▦ 서씨 등은 땅굴을 이용한 북한의 남침이 임박했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손을 잡고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쟁을 피할 수 없으니 그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반도 전면전쟁이 12월에 한국과 미국의 선제공격에 의해 발발한다는 게 이들이 받았다는 계시의 핵심인 셈이다. 김정은이 3년 내 통일전쟁 완수를 다짐했다는 설도 이들의 12월 전쟁설을 부풀리는 장치가 된다.
▦ 그들의 황당한 주장에 힘을 실어줄 일이 하나 생겼다. 미국에서 북한 선제공격론에 앞장서왔던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이 새 국방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이다. 그는 1994년 클린턴 정부의 영변 폭격론에도 관여했고, 2006년에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발사기지를 공격해 파괴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지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기고한 인물이다. 그렇다 해도 중동에 발목 잡혀 있는 미국이 또 하나의 전선을 펼칠 형편은 아니다. 12월 전쟁설은 20년 전 다미선교회 종말론 소동처럼 또 하나의 어이없는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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