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 토론회서 이기권 장관 "2년 제한 풀어야 해"
노동계 "비정규직 확대 불러" 반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다. 또 근무기간이 길수록 많은 급여를 주는 연공급 임금체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언급한 ‘정규직 과보호’론과 뜻이 통하는 부분이다. 다만 이 장관은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고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근로자 해고에 앞서 고용지속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기권 장관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현실의 노동시장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60~70%가 현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어도 법적 기간제한 때문에 2년이 되면 계약이 종료돼 직장을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간제 계약기간 연장에 대해 “노사 단체의 의견보다는 당사자들의 처지에서 무엇이 절실한 지가 주요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며 법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셈이다.
이 장관은 “이제 일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왜 법으로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해서 저를 어렵게 하냐”던 한 기간제 여성 근로자의 하소연을 거론하며 “이 문제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이자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파견ㆍ기간제 노동자의 계약 관련 규제도 손질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현재 32개 업종에 한정된 파견직 사용을 55세 이상 노동자에 한해 모든 업종에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장관은 “중장년 기간제 근로자들은 법의 기간 제한과 상관없이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당사자 동의 등 보완장치와 연계해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도 이 장관은 과도한 연공서열형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생산성이 떨어지면서도 높은 임금을 받는 중장년 근로자를 조기 퇴출시키는 기업이 늘고,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규직의 신규채용을 꺼리는 기업들의 비정규직ㆍ간접고용 확산, 근로자의 노동이동성 제약 등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확산시키는 주 요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최 부총리가 밝힌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고용유연화’ 방침과 같은 맥락이다.
이 장관은 다만 최 부총리가 언급한 정규직 과보호 등 해고 요건 완화와 관련해서는 “고용조정은 노사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사안인데, 그 요건과 기준의 불명확성 때문에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낳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의견을 달리했다.
한편 이날 공공운수노조 등 노동단체 소속 노동자 400여명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사용자에게 자유로운 해고 권한을 주고, 임금체계 개악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와 비정규직 양산을 유지하겠다는 극단적인 친기업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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