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코칭스태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오프시즌 롯데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다. CCTV 불법 사찰 문제, 사장 단장 감독 교체, 자유계약선수(FA) ‘집안 단속’ 실패, 코칭스태프 선임까지 팬들의 시선을 싸늘하다. 당연한 결과다. 구단 스스로도 각오한 부분이다. 그러나 새 코칭스태프에 대한 삐딱한 시선과 관련해선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많다. 롯데가 아닌 타 구단, 야구계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롯데는 이번에 이용훈, 손상대, 서한규, 구동우, 신민기, 윤영진 등 6명의 코치를 영입했다. 프로 원년(1982년) 삼성에서 뛴 손 코치는 두산 2군 감독과 부산공고 감독 출신이다. 서 코치는 넥센 2군 수비 코치, 구 코치는 NC 불펜 코치, 신 코치는 원동중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올 시즌까지 현역으로 뛴 이 코치는 재활을, 윤 코치는 트레이닝 파트를 맡는다.
팬들은 이종운 체제의 롯데가 ‘유명하지도 않은, 더구나 이름도 낯선’ 코치들을 대거 영입했다고 난리다. 특히 원동 ‘중학교’에서 야구를 가르친 신민기 코치가 집중 포화 대상이다. 한 야구인은 “중학교 코치라는 부분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다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며 “롯데도 고심 끝에 신 코치를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동중-경남고-한양대 출신의 신 코치는 2003년 한화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두 차례나 수상할 만큼 타격에는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프로 적응에 애를 먹고 2009년 유니폼을 벗었다. 프로 생활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신 코치는 은퇴 뒤 “전력 분석원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한화 구단의 권유를 뿌리치고 고등학교 야구부를 찾아 갔다. 부산 출신이지만 청주고에서, 경북고에서도 코치를 했다. 팬들이 문제 삼는 원동 중학교 지도자 생활은 2011년 초부터 2013년 중반까지다. 많은 언론이 연일 ‘원동중학교의 기적’이라는 보도를 쏟아내던 그 즈음이다.
원동중학교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시골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한 때 전교생이 20여명뿐인 탓에 폐교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다가 2011년 3월 야구부가 창단하면서 살아났다. 야구가 마냥 좋은 학생들, 명문 중학교에 가지 못한 B급, C급 선수들이 모여 들었다.
신 코치는 원동중학교 초대 감독이다. 아버지이자 이대호(소프트뱅크)를 지도한 신종세 감독이 온 뒤부터는 코치직 명함을 들고 다녔다. 처음 1년 간은 기본기 훈련만 시켰다. 까까머리 중학생들은 방망이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수비, 주루, 송구 등 매번 같은 훈련의 반복이었다. 기량이 형편없기 때문에, 연습 시합도 없었다.
어느덧 1학년 생들이 3학년이 됐다. 이들이 주역이 된 원동중학교는 2013년 7월, 창단 2년 반 만에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올해도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언론과 야구계에서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던 이유다.
신 코치는 중학교 야구부가 한 곳도 없던 양산의 야구협회, 원동중학교를 직접 찾아가 야구부를 만들었다. 양산에 있는 모든 중학교를 일일이 방문해 퇴짜를 맞았다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원동중학교다.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없었다면 원동중학교는 폐교 됐을 수도 있다.
롯데는 이런 코치를 영입했다. 팬들이 말하듯 중학교 코치가 프로 선수를 가르치게 됐다. 그의 보직은 육성군 수비 코치가 유력하다. 롯데는 한화 2군 생활, 중ㆍ고교 지도자 경험을 토대로 유망주들의 기본기를 잘 닦아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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