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하철역의 공기질이 스모그로 몸살을 앓는 지상보다 훨씬 나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가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중국 누리꾼 사이에 베이징의 한 민간 환경연구소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지하철 공기질 측정 결과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하철 이용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얼원(達爾問) 환경연구소는 지난해 1월 베이징지하철 역사 한 곳에서 지상, 승강장, 열차 내부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측정했다. 당시 지상에서는 ㎥당 8㎍의 초미세먼지가 검출됐지만 플랫폼에서는 이보다 16배 높은 129㎍이 측정됐고 열차 내부도 72㎍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아 폐 기능을 약화하거나 모세혈관을 통해 심혈관계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땅 위의 스모그보다 지하철 스모그가 더 심각하다"며 신속하게 해당 기사를 리트윗했다. 누리꾼들은 "지하철 이용 시에도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는 반응을 나타냈고 심지어는 "이제는 정말로 방독면을 쓰고 살아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북경청년보가 최근 자체적으로 베이징지하철 3개 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지상 출입구는 모두 ㎥당 11㎍에 불과했지만 플랫폼은 49~120㎥, 열차 내부는 24~47㎍, 개찰구는 12~38㎍으로 지상보다 3~12배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베이징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모든 지하철역에는 정부 기준에 맞는 송풍기와 통풍구 등 환기설비가 갖춰져 있는데 반년마다 전면 검사·보수를 벌이고 정기 청소 등으로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민간 연구소가 적은 표본을 놓고 일회성으로 진행한 측정 결과를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권위 있는 기관에서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벌여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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