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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발레시어터 '레이지'

입력
2014.12.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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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모던 발레로 표현한 현대인의 분노·생존의 질주

어쩌면 현대인은 크고 작은 부정적 감정들과 부대끼며 나날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무가 제임스 전은 21세기 한국을 갖가지 분노와 살아남기 위한 질주의 총합으로 본다. 그가 상임 안무를 맡고 있는 서울발레시어터가 모던 발레 ‘레이지(Rage)’를 펼친다. 1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제임스 전이 해석한 한국의 자화상은 공격적이고 변덕스런 세상으로 요약된다. 사람들은 갖가지 형태의 폭력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질주한다. 정체 모를 공포에 옥죄어 있고 불신감에 내몰려 무조건 뛸 수밖에 없다. 이런 세상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 또한 야유를 받는다. 이 폭력적 세상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외면이며 무기력을 감추려는 꼼수다. 거기서 탈출하기 위해 개인은 죽어라고 뛰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한국인을 옥죄는 부정적 양상들이다. 무대는 이 같은 양상들을 ‘압박감’ ‘믿을 수 없는 세상’ ‘정지’ ‘질주’ 등의 작은 주제로 표현한 뒤 3개의 다른 몸짓을 보인다. 그 몸짓들을 통해 이 폭력적 세상에서 평화를 구하는 마음이 헛헛하고 때로는 슬픈 코미디 같다는 사실을 전한다. 무대가 내리는 결론은 맹목적인 질주를 스스로의 의지로 멈추고 도약하는 것이다.

암담한 자화상을 몸으로 그려 보이는 무용수들을 에워싸는 것은 현대음악의 대표 조류인 미니멀리즘 음악이다. 간단한 음과 리듬을 무한 반복하는 현대음악의 대가 필립 글래스와 존 애덤스의 작품을 생생한 모던 발레 속에서 감상할 기회다. 안무가 제임스 전은 “고전 발레에서 탈피해 주제에 충실하도록 개발한 현대적 움직임이 주를 이룬다”며 “토슈즈를 벗어 던진, 맨발의 발레 무대”라고 말했다. 2009년 ‘지젤’ 이후 5년 만의 전막 발레다. 정운식, 김은정 등 출연. (02)3442-2673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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