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72)의 벌떼 야구가 한화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한화는 3일 자유계약선수(FA) 배영수(33)와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5,000만원 등 3년간 총액 21억5,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왼손 권혁(31ㆍ4년 32억원) 오른손 송은범(30ㆍ4년 34억원)에 이은 세 번째 FA 영입이다. 소식을 접한 김 감독은 “투수 영입을 요청했다. 신경 써준 구단에 고맙다”며 “이들 3명의 우승 경험은 굉장히 크다. 선수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웃었다.
당장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새로 가세할 외국인 투수 2명, 이태양 유창식 송창현 등 젊은 피 삼총사, 배영수 송은범 권혁 등 FA 자원들, 안영명 박정진 윤규진 등 올 시즌 뒷문을 책임진 ‘안정진’ 트리오, 군에서 제대한 양훈과 장민재, ‘제2의 류현진’을 꿈꾸는 새내기 김범수와 김민우 등 2015시즌 ‘물량공세’가 가능해졌다.
SK 시절 김 감독은‘벌떼 야구’로 리그를 제패했다. 선발이 흔들리면 곧바로 다른 투수를 올리는 ‘인해 전술’로 압도적인 승률을 찍었다. 가득염 이승호 정대현 정우람 고효준 윤길현 박희수가 버틴 불펜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물 샐 틈 없는 수비, 세밀한 작전도 좋았지만 기본적으로 ‘벌떼’를 앞세워 승리 방정식을 구축했다.
그리고 지키는 야구의 또 다른 핵심은 김 감독의 절묘한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원석을 보석으로 바꾸는 힘이 대단했고, 적재적소에 물량을 쏟아 부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SK와 맞붙은 조범현(현 KT 감독) 당시 KIA 감독은 “자칫 김성근 감독님의 마운드 운용을 따라 했다간 선수만 다치게 한다”는 표현을 썼다. 다른 감독들이 하면 ‘선수 혹사’, 김 감독이 하면 ‘적절한 투구수 관리에 따른 운동 능력의 극대화’라는 것이다.
10월 말 김 감독이 제10대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할 때만 해도, 사실 벌떼 야구는 힘겨워 보였다. 이태양 윤규진 유창식 송창현 등 주축 멤버 대부분이 팔꿈치와 목 등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햄스트링과 팔꿈치가 좋지 않던 송창현은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합류하자 마자 곧바로 귀국하는 불의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에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이 부쩍 늘었다. 부상 선수들이 무리하지 않고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됐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한화에서도 김성근표 ‘벌떼 야구’가 가능해 보인다. 전지훈련도 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꼴찌’ 한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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