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데뷔 이후 15시즌 동안 줄곧 삼성 라이온스에서만 활약해 온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33)가 한화 이글스 행을 택했다.
배영수는 3일 한화와 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5,000만원 등 3년간 총액 21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고 대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삼성 팬들은 원 소속구단인 삼성과의 우선협상 기간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26일까지 삼성과 계약하지 않은 배영수의 삼성 복귀를 바라는 마음을 신문 광고에 담았다. 팬들은 모금을 통해 모은 돈으로 지난 1일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에 배영수의 삼성 복귀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아 광고를 냈다.
하지만 프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마음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팬들도 그 ‘섭리’를 잘 알기에 배영수의 선택에 아쉬워할지언정 비난 할 순 없었다.
한화 행을 확정한 배영수는 고마움 반 미안함 반의 심경으로 삼성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배영수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 팬들이 낸 광고를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끝까지 날 지켜주고 응원해 줬는데,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신문 광고가 발걸음을 잡지 못한 사례는 또 있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제리 로이스터(61) 감독의 계약 만료를 앞둔 지난 2010년 8월 연임을 지지하는 광고를 냈지만, 구단의 재계약 불가 방침을 돌려 놓지 못했다. 당시 롯데 팬들은 3~4일 만에 1,000만원이 넘는 광고비를 모아 다수의 신문사에 광고를 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이스터 역시 부산에 머물고 싶어했다. 그러나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2008년 2년 계약으로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로이스터는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지만 롯데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재계약을 포기했다.
지난 2007년, 프로농구 현대-KCC의 상징이었던 이상민(42) 현 삼성 썬더스 감독은 구단의 안일한 판단으로 인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당시 삼성 소속이던 서장훈이 연세대 선배 이상민과 함께 뛰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몸값을 깎아가면서 KCC행을 택했다.
하지만 KCC는 한국농구연맹(KBL) 규정에서 지정하도록 한 보호선수 3명(영입선수 포함)에 이상민을 뺀 서장훈 임재현 추승균을 지정했다. 삼성은 서장훈의 보상 선수로 이상민을 지명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상민을 데려가진 않을 것'이라는 KCC의 안일한 판단에서 벌어진 희대의 촌극이었다. 이상민의 팬카페 '이응사' 회원들은 충격에 휩싸인 이상민을 위해 '이상민, 당신이 가는 길이 정답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신문 광고에 싣기도 했다.
레전드와의 이별 아픔을 씻어낸 감동의 재회도 있었다.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의 레전드 김은중(35)은 지난 2월 플레잉 코치로 다시 대전 유니폼을 입었다. 1997년 데뷔해 2003년까지 7시즌 동안 뛰었던 대전과 11년만의 재회였다. 당초 미국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려 했지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된 친정 팀 대전의 영입 제의를 뿌리칠 수 없었다. "대전은 내 첫 팀이자 마지막 팀이 됐다.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한 김은중은 올해 대전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로써 한 시즌 만에 팀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으로 재승격 시킨 김은중의 스토리는 팬들에게 두 배의 감동을 안겨줬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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