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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병기서 일상으로… 드론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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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병기서 일상으로… 드론시대 열린다

입력
2014.12.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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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 전시장서 16개 기업 경연, 내년 세계시장 규모 1억 3000만 달러

2020년부터 주도권 민간으로, 깐깐해지는 드론 규제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5’에는 컨벤션센터 내에 6,500㎡ 규모의 드론(dorne) 전용 전시관이 처음 마련된다. 경연을 펼칠 업체는 에어독 등 16개 기업. 올해 행사에서도 일부 업체가 드론을 선보였으나 내년에는 참가 업체가 대폭 늘었다. 전미가전협회(CEA)에 따르면 상업용 드론 세계시장 규모는 내년에 1억3,000만달러(1,450억원)로 올해보다 5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EA는 5년 내 상업용 드론 매출이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 봤다.

드론은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에 이용하면서 처음 주목 받은 뒤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돼 왔다. 현재도 군수용이 90%로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장에서 아군의 인명 피해를 줄이려고 주로 사용하던 드론은 지형과 상관 없는 뛰어난 이동성과 접근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5년 새 민간에서 활용도가 부쩍 늘었다. 주요 군수ㆍ방산업체들은 2020년부터 드론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드론이 도심 곳곳을 누비는 세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드론의 시대’다.

아마존 택배 드론.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마존 택배 드론. 한국일보 자료사진

● 택배, 인터넷망 보급…드론 저널리즘까지

드론은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움직이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비행체’를 의미한다. 원래는 ‘벌이 윙윙거린다’는 뜻이다. 25g의 초소형에서부터 12톤의 대형까지, 속도는 자전거처럼 느린 것에서부터 군용 제트기처럼 빠른 것까지 다양하다. 군사적으로는 표적 확인, 정찰 등의 목적으로 이용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 50여 국가가 운용 중이다.

민간분야에서 특히 상업적으로 드론이 가장 각광 받는 분야는 택배다. DHL은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정부 허가를 받아 드론 ‘파셀콥터’로 독일 북부 항구에서 12㎞ 떨어진 북해 위스트섬까지 물건을 배송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내년 상반기 드론 택배서비스를 시작하려고 드론을 조종할 택배기사를 모집 중이다. 구글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위한 시험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피자 체인점인 도도 피자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은 뒤 무인기로 피자를 배달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완성된 피자를 무인기에 실어 매장의 조종석에서 영상을 봐가며 무인기를 움직여 주문자의 머리 위에서 줄에 달아 피자를 내려주는 택배다. 배달 자체는 반경 5㎞ 범위 내에서 이미 100회 넘게 성공했다고 한다. 피자 배달에 이용하는 무인기를 제작한 콥터 익스프레스는 “식품이나 소형가전, 꽃 등의 배달에 무인기를 이용하고 싶다는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피자 체인인 도미노피자는 피자배달에 드론 ‘도미노콥’을 이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보통신(IT) 업체들도 IT 서비스 확충을 위해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월 태양열 무인항공기 제작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드론을 활용해 하늘 위에 와이파이 기지국을 만들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드론팀을 강화해 인터넷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영화와 드라마,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드론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드론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지상에서 촬영하기 힘든 장면이나 생생한 경기를 화면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에 드론을 도입한 영국 농민은 드론을 양치기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야마하가 만든 드론이 농경지에 비료와 살충제를 뿌리는 장면이 이제 낯설지 않다. 드론은 이 밖에 해안과 도서 정찰, 산불발생 감시, 기상 관측분야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드론 저널리즘’도 시도되고 있다. 오염지역 등 접근이 힘든 사건ㆍ사고 현장에 드론을 투입해 취재하는 등의 방식이다. 미국 미주리대는 드론 저널리즘이라는 강의를, 네브래스카대 링컨캠퍼스는 드론 저널리즘 연구소를 개설했다. 미국에서만 대학 10여 곳이 관련 학과 설치를 추진 중이다.

드론의 가격은 피자 상자 정도 크기의 몸체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네 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하면 500달러(56만원) 수준이다. 드론 전문업체 3D로보틱스는 자동 이착륙, 자동복귀, 입력된 위성항법장치(GPS) 좌표로 자동 비행하는 기능을 갖춘 드론을 7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장난감은 최소 60달러 제품도 있고 레저용으로는 1,300달러 정도의 드론이 잘 팔린다.

● 사생활 침해ㆍ항공 사고 등 우려도

드론의 민간 활용은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서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국제무인기시스템협회는 2025년까지 상업용 드론 사용으로 미국에서만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상업용 드론의 눈부신 발전에 어두운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통 산업과 충돌이다. 드론이 택배 서비스에 투입되면 택배회사의 인원 감축은 불가피해진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우려가 있다. 드론은 날아다니는 CCTV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을 찍는 데 드론이 악용돼 논란이 일었다. FAA가 상업용 드론 승인에 엄격한 이유 중 하나도 드론이 무제한으로 사진과 데이터 등을 수집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악은 드론이 항공기와 충돌하거나 테러에 이용되는 경우다. 미 연방항공청(FAA)는 미국 공항에서 드론과 대형 여객기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사고가 지난 6개월 사이 25건 발생했다고 최근 밝혔다. 실제 지난 9월 말 뉴욕 라가디아공항 항공관제센터에는 리퍼블릭에어라인 여객기가 착륙 시도 중 상공 1,219m 지점에서 드론과 충돌 직전까지 갔다는 보고가 있었다. 라가디아 관제센터에서는 그 일이 있기 20여일 전 착륙 중이던 여객기 3대가 몇 분 간격을 두고 드론과 충돌할 뻔 했던 사례도 있었다. 만에 하나 극단 세력이 드론을 악용하면 9ㆍ11 사건 같은 끔찍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미국 비롯 각국 드론 규제 대체로 엄격

이 때문에 이제 만들어지고 있는 상업용 드론 활용에 대한 규제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기대에 비해서는 엄격한 형태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드론 산업이 급팽창 중인 미국이다.

FAA는 2007년부터 항공 안전 등을 이유로 상업용 드론의 비행을 금지해 왔다. 민간의 드론 이용을 허용한 것은 지난 6월 영국 정유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알래스카 석유 탐사가 처음이다. 이어 9월 말에는 6개 영화 제작사와 1개 TV 쇼 제작사 등 7곳을 대상으로 한정된 세트 안에서 드론을 안전하게 원격 조종한다는 것을 전제로 허가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닷컴 등 40여 업체가 드론의 상업적 사용을 위해 FAA에 허가 승인을 해놓은 상태다.

FAA는 올해 안에 드론 안전규정 관련 법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이 법안에는 드론에 대한 훈련과 조종 자격 보유를 요구하고 비행시간에도 제한을 두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비행 높이도 122m 이하로 제한하고 무게도 55파운드(25㎏) 미만으로 규제될 전망이다. 특히 FAA는 드론 조종사에게 취득이 까다로운 유인 비행기 조종 연수 받는 것을 의무로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규제는 아마존과 구글의 드론 택배 사업은 물론 드론의 상업적 사용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마이클 드로백 소형무인비행기(UAV)연합회 이사는 “규제가 업계의 기대에는 매우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스웨덴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민간용 드론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각국별로 관련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작은 무인항공기’를 20㎏이하로 규정하고 비행고도와 비행구역을 제한하고 있다. 드론의 무게가 20㎏을 초과하면 조종사 자격 등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러시아 연방항공국은 도도 피자 같은 무인기 택배의 경우 주문마다 목적지, 비행경로 등의 비행계획을 당국에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농업에 주로 활용하는 뉴질랜드의 경우 민간항공관리국(CAA)이 농약살포, 적외선 촬영 등 목적과 운행 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유럽은 드론이 국경을 넘나드는 경우까지 감안해 유럽연합(EU) 차원의 규제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안에 민간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영향평가를 끝낸 다음 규제 방안을 검토해 내년에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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