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갠 오후,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한 아이가 구석에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미끄럼틀을 타던 아이의 누나가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불렀지만 아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참다 못한 누나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아이 곁에 나란히 앉아 응시에 동참했다. 남매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대체 무엇을 바라보는 것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다가가서 보니 아이들은 클로버를 보고 있었다.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클로버 위에는 빗방울이 올망졸망 맺혀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 아이들은 그리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봤던 것이다. 차마 손도 대지 못하고 아이가 갓난아기 대하듯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 것이다. “근데 네잎클로버는 없네?” 아이의 누나가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뭐야?” 아이가 되물었다. “이름 그대로 잎이 네 개인 클로버. 그걸 발견하면 행운이 찾아온대.” 누나가 야무지게 대답했다. “그럼 여기에는 행운이 없는 거야?” 아이가 울상을 지었다. 풀 죽었던 누나가 갑자기 기운을 차렸는지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이것도 행운이야! 물방울이 맺힌 클로버를 봤으니까!” 아이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그럼 이거 집에 가져가도 돼?” 아이가 물었다. “아니, 이 행운을 다른 사람들도 봐야지. 집에서는 비가 안 내리잖아.” 클로버를 바라보고 집에 오는데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나도 작은 행운을 나눠 가진 기분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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