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불법 담배판매 혐의 흑인 목졸라 결국 의식 잃고 당일 숨져
맨해튼서 동시다발 항의시위, 캘리포니아 등 동조 시위 잇따르자
법무장관, 연방정부 차원 수사 약속
미국 뉴욕에서 흑인 체포 중 목조르기를 해 사망케 한 백인 경찰에 대해 3일 또 불기소 결정이 내려져 인종차별 시위가 뉴욕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 미주리주 퍼거슨의 백인 경관 불기소 결정 이후 일어난 시위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어서 미 전역에서 격렬한 차별 반대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스태턴아일랜드 대배심은 이날 대니얼 판탈레오 경찰을 불기소하기로 했다. 사건은 지난 7월 17일 담배를 불법으로 판매한다는 의심을 받은 에릭 가너(43)에 대해 스태턴아일랜드 경찰이 급습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이 급습할 당시 가너는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으며, 경찰들에게 손짓으로 뭔가를 계속 이야기했다.
당시 장면을 포착한 동영상을 보면 가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경찰 중 한 명인 판탈레오가 가너의 뒤쪽으로 접근해 목을 조르면서 가너를 넘어뜨렸다. 체구는 건장했지만 천식 환자였던 가너는 바닥에 쓰러져 “숨을 쉬기 어렵다”고 호소했지만 목조르기는 계속됐고 결국 의식을 잃고 나서 당일 숨을 거뒀다.
총을 쏘지는 않았지만 가너 사건은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점에서 약 1개월 뒤 퍼거슨에서 발생한 마이클 브라운(18) 사건과 유사하다. 절도 혐의를 받은 브라운은 총기를 갖고 있지도 않았는데 대런 윌슨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카운티 대배심은 윌슨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대배심 결정이 알려진 이날 밤 뉴욕 맨해튼에서는 항의시위가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타임스퀘어, 그랜드센트럴 역, 록펠러센터 인근 등 맨해튼의 주요 지역에 모인 시위대는 수천명 규모에 이르렀다.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행사를 앞두고 있던 록펠러센터 인근에는 3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가너가 죽어가며 외쳤듯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100여명의 또 다른 시위대는 맨해튼 서부 간선도로인 웨스트사이드 하이웨이에서 도로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였다.
항의의 표시로 마치 죽은 것처럼 땅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 in) 시위도 잇따랐다. 맨해튼의 대형 기차역인 그랜드센트럴 역에서는 최소 30명이 퇴근시간 대에 역사 내에서 다이인 시위를 벌여 한동안 역사 출입이 통제됐다. 센트럴파크 남서쪽인 콜럼버스 서클 인근에서도 250여명이 이 같은 시위를 벌여 일대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맨해튼에서도 가장 붐비는 타임스퀘어에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운집해 “정의는 죽었다” “인종차별은 폭압”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스태튼아일랜드 지방검찰청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밤 뉴욕 일대에서 시위 중 경찰에 붙잡혀 간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뿐 아니라 워싱턴DC,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도 이날 대배심 결정 후 수백 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자 에릭 홀더 법무장관까지 나서 연방정부 차원의 수사를 약속했다. 홀더 장관은 기자들에게 “검찰이 독립적이고, 철저하고, 공정하며 신속한 수사를 벌일 것”이라면서 “이에 더해 법무부는 (뉴욕시 차원의)조사에서 수집된 증거들을 철저히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인이 흑인인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대배심 결정이 알려진 직후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참석을 취소하고 성명을 내 뉴욕시민에게 과격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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