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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배구조 개선은 무슨...무기력한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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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배구조 개선은 무슨...무기력한 당국

입력
2014.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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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모범규준 만들고 투명한 인사 강조하더니...각종 내정설 사실로 확인

낙하산 수수방관·모르쇠 일관

연일 금융권을 뒤흔드는 이른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회) 파문’으로 그간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온 금융감독당국의 권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체불명의 ‘내정설’이 잇따라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 스스로 제시한 지배구조 원칙의 근간이 무시당하는 현실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빗발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금융권을 지배한 최대이슈는 단연 지배구조 문제였다. ‘KB 사태’를 계기로 투명한 지배구조가 금융발전의 기본이라는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역시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을 1차적인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차일피일 승인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비롯,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후보 등을 둘러싼 내정설 논란은 이런 공감대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선발 과정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는 경영진 인사 시스템(회장ㆍ행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등)은 물론, 당국이 지난달 새로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신설 등)까지 아예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선임절차는 형식에 불과할 뿐, ‘윗선의 낙점’으로 사실상 미리 정해졌다는 세간의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무력감을 토로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 간부들은 최근 공식석상과 사석에서 “우리는 인사에 간여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 역시 최근 인사 난맥상의 심각성에 공감은 표하면서도 “우리도 (내막을) 모르겠다”는 식이거나, 심지어 일부에선 “차라리 모르는 게 속 편하다”는 방관 자세까지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당장 KB금융을 향한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황당한 지배구조 왜곡을 방관하면서 KB에만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모범규준 역시 명분이 옹색해졌다. 제 아무리 사외이사 선임 요건을 강화하고 후계 경영진을 자격에 맞춰 미리 준비시킨들, 모든 과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내정 낙하산이 내리 꽂히는 상황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비록 내부인사라 해도, 특정세력이 밀어서 수장이 된다는 건 인사의 기본을 허무는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은행장 내정설의 경우,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했던 근본 목적을 스스로 배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인사를 포함한 자율경영으로 경쟁력을 키우자는 게 민영화의 기본 취지인데, 정부 스스로 이에 역행하는 행태를 또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왜곡된 인식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당국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당국이 금융산업 감독의 책임자인 이상,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밝히고 시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감독당국의 방관은 곧 암묵적인 지지로 비춰질 수 있다”며 “금융위가 나서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표명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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