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촉진법 상시화 추진에 반발...임원후보추천위 의무화한 모범규준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놓고도 갈등
금융당국과 재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당국이 지난달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한 모든 금융사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발표하며 본격화된 양측의 공방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신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 등 전방위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촉법은 주주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큰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기촉법상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주체인 채권은행단이 경영적 관점보다는 채무변제를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금융당국 또한 자율협약 원칙을 무시하고 공공연히 개입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대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기관인 연구원의 이같은 입장 발표에 대해 금융권에선 당국의 기촉법 개정 방향에 대한 반론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지난달 정책연구용역 발표 형식을 빌려 한시법인 기촉법을 상시화하고 적용대상도 기존의 부채 500억원 이상 기업에서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밝혔다.
양측은 임추위 의무 설치 규정 도입을 놓고도 얼굴을 붉히는 중이다. 당국이 지난달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금융사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임명권자에 추천한다는 조항이 신설된 모범규준안을 발표하자, 전경련은 대정부 건의서를 통해 “주주 권한 침해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재계는 ‘금융회사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최고경영자 자격으로 제시한 모범규준안 조항에도 “모기업의 인사권 침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모범규준의 상위법인 금융사 지배구조법안이 계류된 국회도 양측의 힘겨루기 무대다. 당국은 은행ㆍ저축은행에 한정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를 보험ㆍ카드ㆍ증권 등 대기업 계열사가 많은 제2금융권에 확대 적용하는 조항이 법안에 포함되도록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금융 관련법을 위반한 대주주에 의결권 제한, 주식매각 명령 등 제재를 가하는 내용인데, 재계는 “과도한 규제로 책임경영을 약화시킨다”며 맞서고 있다.
당국의 압박 배경엔 재계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양 사태, 동부그룹 유동성 위기, 카드사 정보유출 등 지난 1년 동안 벌어진 대형 금융사고의 중심에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있었던 만큼 통제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최근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문제를 놓고 현대차 측을 강하게 압박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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