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혼다 등 일본 차가 점령, 관세율 100%… 진입 장벽도 높아
'급성장 시장' 불구 점유율 2% 불과, 개별 FTA 시도… 공략 쉽지 않아
세계 5위 완성차업체로 발돋움한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유독 기를 펴지 못하는 시장이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제2의 중국’으로 통할 정도로 급성장 중인 동남아시아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80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동남아에서 파는 자동차는 1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동남아 공략법이 마땅치 않아 현대ㆍ기아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지난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9만8,000여대에 불과했다. 올해는 현대차가 싱가포르 최대 운수기업 컴포트델그로(ComfortDelgro)사와 i40(VF) 디젤 택시 공급 계약 체결에 성공하는 등 분발해 작년보다 소폭 늘어난 10만여대 판매가 목표다. 올해 700만대에 육박하는 해외 판매량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실적이다. 1~10월 142만여대가 팔린 중국을 비롯해 인도(34만여대) 러시아(30만여대) 브라질(20만여대) 등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대ㆍ기아차가 동남아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일본차들의 시장 선점이 가장 큰 이유다. 토요타 혼다 이스즈 미쓰비시 등 일본차들은 1970, 80년대부터 현지진출 전략으로 동남아국가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 자동차산업을 주도했다. 지난해 일본차들의 아세안 10개국 시장 점유율은 77.4%에 달했다.
특히 자동차생산 세계 9위, 아세안 중에서는 1위인 태국은 일본차들의 독무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33만대 규모인 태국 내수시장의 90% 이상을 일본업체들이 독점했고 현대차는 13위, 기아차는 21위에 그쳤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판매량 1위 토요타(44만여대)를 비롯해 상위 8개 일본업체가 시장의 92%를 석권했다. 현대ㆍ기아차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토요타(4개) 혼다(2개) 미쓰비시(1개) 닛산(1개) 등 일본차들의 현지공장이 뿌리를 내려 부품업체 300여 개도 대부분 일본업체들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산업과 기존 진출업체 보호 차원에서 시장개방에 소극적이다. 일부 국가는 자동차 관세율이 100%가 넘어 수출 자체가 어려운데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도 자동차를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2009년 9월 발효된 한ㆍ아세안 FTA에도 자동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아세안은 중국, 인도와 함께 최대 성장시장이지만 판매가 매우 어렵고, 특히 주요 3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은 진입장벽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현재 협상 중인 한ㆍ베트남, 한ㆍ인도네시아 FTA에 자동차를 포함시켜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꽉 막힌 동남아 자동차 시장을 FTA로 뚫어보겠다는 것이지만 상대국들은 방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FTA로 설사 빗장이 열리더라도 아세안은 워낙 일본업체들이 수십 년간 공을 들여 우리 기업들의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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