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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산이 무너지면 국방도 무너진다

입력
2014.1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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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란 한 나라의 생존에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이다. 국방이 허약했던 조선은 겨우 37㎙ 길이에 배수량 240톤에 불과한 일본군함 운요호에 굴복했다. 요즘으로 치면 우리 해군의 참수리급 고속정에 패배한 셈이다. 6ㆍ25 전쟁에서는 한 대의 전차도 없었기에 242대의 전차를 앞세워 침공한 북한에 제대로 싸울 기회조차 없었다.

또한 국방은 외국에 대해 갖는 국제적 힘의 크기이기도 하다. 미국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세계 어디로든 투입 가능한 강력한 군대가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미군의 바탕에는 서구의 모든 기술력이 집중돼 탄생한 무기가 있다. 스텔스 전투기나 항공모함처럼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무기들은 수준 높은 방위산업이 없으면 절대 탄생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통영함에서부터 K-2 흑표전차, K-21 장갑차, K-11 복합소총 등 소위 ‘명품무기’의 성능 부족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때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방산업계가 이제는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이 모든 책임과 비난을 온 몸으로 받고 있다.

2006년 발족한 방사청의 지상과제는 오직 하나였다. 과거 횡행했던 권력형 방산 비리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새 조직을 국방부에서 외청으로 분리해 무기의 해외구매나 국내개발 등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 방사청에서 비리와 부실이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권력형 비리가 실무형, 생계형 비리로 바뀌었다면서 방사청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결국 방사청은 최근 청장이 교체되는 등 개청 이래 최대의 난관을 맞이하고 있다.

일단 통영함 비리는 ‘방위산업계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부를만한 일로 일벌백계할 일이다. 그러나 K-2 전차나 K11 소총 등은 부실이나 업무상 미숙을 비난할 수 있어도 비리는 아니다. 세상에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은 없다. 국내 최초로, 아니 세계 최초로 무엇인가를 만들다 보면 당연히 고칠 일이 생긴다. 오히려 오류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명품이 탄생한다. 일례로 1960년대 초 미군에서 신형소총 M16을 배치하자 잦은 고장으로 비리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미군은 이후 반세기 넘게 M16의 개량을 거듭하여 지금은 제4세대 모델인 M4A1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 방위산업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대로 여론의 질타 속에 군에서 천대받고 해외에 수출도 못하는 제품이 될 것인가? 소총 한 자루도 못 만들어 온 국토를 유린당했던 대한민국이 이제 스스로 국산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비리와 부실을 걷어내고 강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이 방위산업에 기대하는 바이다.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려면 결국 방사청이 혁신돼야 한다. 따라서 최근 방산비리 합동수사단도 개인 비리 수사를 넘어 시스템상의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사청이 무기를 구입하고 개발하는 전문기관으로써 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마치 예술성에 집착해 흥행성에 실패한 영화처럼, 지나치게 청렴성을 강조하다 보니 현장과 실무보다는 서류만 바라보게 돼 전문성을 살리기 어려웠다. 전문성을 챙기지 못하고 서류심사만 하다 보면 통영함 같은 명백한 비리도 찾아내지 못해 부실이 비리로 변하는 현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올해는 1974년 율곡사업이 시작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대한민국 방산도 불혹의 나이에 이르렀다. 무릇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혹되지 않는 불혹의 나이처럼 우리 방산도 국방의 주축으로 흔들림 없이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사청이 청렴성과 전문성의 조화 속에서 책임성을 갖고 대한민국 국군에게 가장 훌륭한 무기를 가져다 주는 조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조직이 갖는 부족한 경험을 채우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임 방사청장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뼈를 깎는 혁신적 노력을 해야만 국민들은 비난보다 성원을 보낼 것이다.

양 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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