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윤리강령 위반·품위 손상"
법조계 "잘못 있어도 과한 징계, 입 닫으란 신호로 비춰져 안타까워
대법원은 3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공개 비판했던 김동진(45ㆍ사법연수원 25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공개적 논평 금지 규정을 위반한 만큼 징계가 불가피했다는 의견이 많지만, 의외로 징계 수위가 높아 내부 단속용 ‘겁주기’식 중징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민일영 대법관)는 이날 “김 부장판사는 법관윤리강령의 품위유지 의무와 구체적 사건에 관한 공개적 논평 금지 조항을 위반했으며, 구체적 사건에 관한 법관의 공개적 논평이나 의견표명 시 유의할 사항을 담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도 위반했다”며 “법관징계법이 정한 징계사유인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대법관 중 대법원장이 임명한 위원장과 내ㆍ외부 인사 각 3명씩 총 7명으로 구성됐다. 법관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직, 감봉, 견책 등 세 종류로 정직 2개월은 무거운 징계 수준이다. 김 부장판사의 징계 내용은 관보에 게시되며,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서 단심 재판을 받을 수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9월 12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가 원 전 원장에게 “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하지 않았다”고 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선고를 한 데 대해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이것은 궤변이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立身榮達)에 중점을 둔 사심(私心) 가득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법원 안팎에선 규정상 징계가 불가피하더라도 내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데 대한 대책 없이 너무 과한 징계를 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징계로만 사건을 마무리 짓고 내부 의견을 활성화시킬 방안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어 법원 조직의 한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법관 출신 변호사도 “현직 판사에게 정직은 더 이상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데, 결국 내부 구성원에 ‘겁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은 “내부통신망에 비판 글을 올린 것을 ‘공개적 의견 표명’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지 따져볼 일”이라며 “이 조항은 권력으로부터의 외압을 막겠다는 취지이지 내부 평가를 막겠다는 것이 아닌데도 비판 글을 올린 것만으로 징계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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