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들인 고교생은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난생 처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알바 급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은 편의점 유리문을 부쉈다는 오해로 사장에게 얻어맞고 경찰서에 끌려간다. 비정규직 엄마가 아들에게 묻는다. 왜 그랬냐고. 그러자 아들이 하는 말. “억울해서. 억울해서 그랬어.”일한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알바와 열심히 일했지만 부당하게 해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서로의 억울함에 뜨겁게 포옹한다.
▦ 수능 시험을 마친 고교 3학생과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대거 알바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생계형 알바노동자 규모는 5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알바노동자 대부분은 실제 일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 알바중개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알바노동자 10명 중 7명이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장시간 노동과 임금체불, 조롱ㆍ반말ㆍ욕설 등의 인격모독, 최저임금 미(未)준수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 알바노동자 부당대우의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과 정부의 인식 부족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프랜차이즈 확장에만 몰두할 뿐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정부도 알바노동자 인권에 무관심하다. 학교에선 노동법 교육을 하지 않아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알바를 시작하는 학생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자신들의 권리를 알아둬야 한다. 예컨대 일을 시작할 때 필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부당대우를 받을 때는 고용노동부와 지역 알바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 휴일ㆍ초과근무 때 임금 50% 추가, 만 18세 미만 하루 7시간 이하 근무, 1주일 하루 유급휴일, 최소 30일 전 해고통보 등은 당연히 요구해야 할 권리다.
▦ 알바는 ‘알바생’이 아니라 ‘알바노동자’다. 알바생은 노동을 임시적이고 부차적으로 보이게 한다. 세상을 알기 위한 경험과 배움의 과정으로 치부된다. 알바는 스스로 노동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권리가 생긴다. 그래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법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 고용주는 알바노동자에게 해줘야 할 의무를 알아야 하고, 알바노동자는 노동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 알바는 ‘힘겨운 청춘’이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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