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인터넷에서 유출되는 개인정보는 얼마나 될까. 그 중에 내 정보도 있을까.’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의 인터넷투명성보고팀과 사단법인 오픈넷이 공동 주도하는 ‘한국인터넷 투명성 보고’ 연구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구글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이 사업은 인터넷에 개인정보 유출을 알려주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며 “개인의 정보가 어디로 얼마나 유출되는지 아는 것이 권리를 지키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교수 등 연구팀은 3일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 웹사이트(transparency.or.kr)를 개설하고, 이 사이트를 통해 정부의 인터넷 정보 차단과 이용자 감시 현황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보를 유출 당한 사업자(정보 처리자)가 당사자에게 직접 그 사실을 알리는 것과 전체적인 유출 상황을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다. 유출 상황을 보고서로 공개하는 방식은 다시 통신업체나 정보기술(IT) 업체 등이 주체가 되는 ‘사업자 투명성 보고’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기관이 주체가 되는 ‘국가 투명성 보고’로 나뉜다.
이날 활동을 본격화한 투명성보고 사이트는 국가가 발표한 투명성 보고를 한 데 모아 보다 쉬운 용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공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국가 투명성 보고만을 다루는 데 대해 “정부에서 정보를 받아야 국가 전체 통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투명성 보고를 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IT기업과 AT&T, 버라이즌 등 통신업체들이 정기적으로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0월 카카오톡 감찰 논란 이후 다음카카오가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첫 사례다.
하지만 국가 투명성 보고는 정부가 직접 발표하는 곳이 하나도 없다. 다만 미국의 경우 국가 기관이 실시하는 감청 횟수를 주 정부와 연방정부 법원 홈페이지에 공개할 뿐이다.
우리나라 역시 미래부가 매년 두번씩 통신제한조치(감청)와 통신사실확인 자료를 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심의 의결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치만 열거해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떤 자료들을 요구했고, 인터넷 게시물의 삭제 조치가 어떤 근거로 이뤄졌는에 대해서 알기 어렵다. 박 교수는 “미래부나 방심위가 이미 공개한 정보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해 수집할 계획”이라며 “만약 정보공개 청구가 원활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거나 국회의원실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사업을 통해 정부 기관이 인터넷 검열과 감시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입법화 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선 기업들이 감청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수사당국들이 영장청구를 남발하지 않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의원들과 함께 국가의 감시활동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입법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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