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 Word Play (재미있는 말)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한 요즘은 태평양 너머 아시아에도 미국의 Black Friday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미국 명절 Thanksgiving의 다음날인 금요일을 가리켜 상업적으로 생긴 이 용어가 전 세계로 퍼진 것이다. 11월 네번째 목요일부터 연말 크리스마스까지 Christmas shopping season으로 이어지는 이 기간에 1년 매출의 절반이 발생한다. 업계 입장에서는 최대 호기다. 1년 장사가 적자(in the red)로 고생하다가 흑자(in the black)로 돌아서는 시기가 된다는 의미로 Friday 앞에 Black을 쓴다. Black Friday란 말은 업계 입장을 반영한 속어인 셈이다. 물론 기업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대박 세일'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좋은 시기다.
그런데 용어의 유래를 보면 원래 black은 부정적인 뜻으로 붙었음을 알 수 있다. 1961년 Philadelphia시에서 추수감사절 다음날 도로가 온통 사람과 차량으로 뒤덮인 것이 뉴스거리가 됐다. 교통 정리를 하는 경찰에게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나쁜 의미로 black이 사용됐다. 이는 1869년 9월 24일 금요일의 금값 대폭락의 역사적 사건을 Black Friday라고 부른 것과 연결된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좀더 긍정적으로 부르자는 취지에서 Big Friday, Big Saturday 등의 대체어가 나왔지만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다가 업계에서 흑자를 black이라 부르는 점에 착안해 Black Friday에 긍정적인 의미를 붙였다.
Black Friday에서 파생된 새로운 용어들도 등장했다. 우선 추수감사절 당일인 목요일 저녁부터 가게 문을 열자는 취지로 Gray Thursday가 등장했다. 금요일 당일 세일을 놓친 고객을 위해 이어지는 월요일에 Cyber Monday라는 세일이 생기더니 이 추세를 몰아 아예 다음 1주일을 Cyber Week 세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외에 한국의 빼빼로데이처럼 미국에서도 11월 11일을 Singles Day라 부르기 시작했다. Cyber Monday 다음날은 '자선의 날' 또는 '베푸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Giving Tuesday라 부른다.
영국 문화권에는 Boxing Day가 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의 세일로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기부와 선물'을 상자로 받았던 수백 년의 전통에서 Christmas Boxes라는 말이 나왔고 이 세일이 커지자 Boxing day가 된 것이다. 돈벌이가 되는 곳에 언제나 새로운 명칭이 나오고 그 명칭이 다시 국제적인 표현으로 통하는 시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