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발생한 사조산업 원양트롤어선 ‘501오룡호’의 침몰 사고는 국내 원양어업 사상 최대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승선원 60명 중 구조된 사람은 7명뿐이고 3일 현재 사망자는 12명, 나머지 41명은 실종 상태다. 선박의 노후화와 악천후 속 무리한 조업 등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표방한 신설 국민안전처의 부실한 대응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세계 3위의 원양어업 대국에 걸맞은 철저한 안전관리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정황은 뚜렷하다. 1978년 스페인에서 건조해 사용되다 2010년 사조산업이 인수한 오룡호처럼 국내 원양어선은 대부분 낡은 배를 들여와 수리해 쓰는 실정이다. 전체 원양어선 342척 중 91%가 선령 21년 이상이고, 30년 넘은 배도 38%에 달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선령 제한을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했지만 원양어선은 선령 제한이 없다. 초속 25m의 강풍에 파도가 5~6m에 달하는 악천후 속에서 어획쿼터를 채우려 무리하게 조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사고 후 대응도 허점투성이다. 특히 국민안전처의 대처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라는 간판을 무색하게 했다. 국민안전처의 역할은 산하 해양안전센터에서 오룡호의 조난 사실을 파악해 외교부를 통해 러시아에 구조 요청을 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는 안전처에 흡수 통합된 옛 해경에서도 하던 일이다. 정부는 사고 인지 3시간 후에야 해양수산부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다가 다시 5시간이 지난 이날 밤 이를 외교부로 옮겼다.
국민안전처는 뒤늦게야 해외재난의 경우 외교부 장관이 중앙대책본부장을 맡도록 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랐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런 기본원칙조차 몰랐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다. 더구나 관련 부처간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하고 조율하는 역할은 컨트롤타워의 몫인데도 국민안전처는 뒷짐을 진 모양새다.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받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도 세월호 참사 당시와 다를 게 없다.
정부는 적극적인 국제 공조를 통해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노후 원양어선 및 원양조업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출범 한 달도 못돼 부실이 드러난 국민안전처의 역할과 기능 재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도 누차 지적했지만, 재난관리체계 통합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국민안전처는 관련 조직을 한데 모아 덩치만 키운 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사고로 그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한다면 국내외를 망라해 제2, 제3의 세월호, 오룡호 참사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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