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롯데 등 영화배급 몰아주기...자진 시정 요청 이례적 거부
계열 배급사의 이익을 위해 영화관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는 CJ CGV, 롯데쇼핑 등이 자진 시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이례적으로 거절했다. 이에 위원장 교체를 앞둔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척결 의지를 내보이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3일 공정위는 “해당행위 증거의 명백성 여부, 소비자보호 등 공익 부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영화사업자 CJ CGV, CJ E&M, 롯데쇼핑의 동의의결 신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피해 원상회복 등 자진 시정방안을 제안할 경우, 타당성이 인정되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 2012년 동의의결 제도 도입 이후 공정위가 신청을 거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영화사업자는 계열 배급사(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영화에 상영관과 상영 기간을 늘려주는 식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받아왔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이 건에 대한 제재 심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이를 불과 이틀 앞두고 영화사업자들이 동의의결을 신청해 심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3일 동의의결 신청을 거절함에 따라 4일 전원회의에서 이들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동의의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첫 사례인 만큼 공정위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 주변에선 이들 영화사업자의 혐의가 비교적 뚜렷한 점, 심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이례적인 결론을 불렀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네이버ㆍ다음, SAP코리아가 신청한 동의의결은 모두 받아들여져 위법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ㆍ노키아의 신청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취임을 앞둔 공정위가 다시금 불공정행위 엄단의 의지를 다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공정위 내부 출신 인사로 그간 교수나 경제관료 출신 위원장들 밑에서 다소 침체됐던 분위기를 일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4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 후보자는 국회에 낸 서면답변에서 “부당한 공동행위, 중대ㆍ명백한 위법행위는 동의의결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