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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권 '비정상의 정상화' 가로막는 서금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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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권 '비정상의 정상화' 가로막는 서금회 논란

입력
2014.12.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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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금융권이 시끄럽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2일 차기 은행장 후보로 이광구 부행장 등 3명을 면접 대상자로 선정하고 5일 심층면접을 거쳐 이 가운데 한 사람을 9일 임시이사회에서 최종후보로 추천한다. 하지만 이런 정상적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 회원인 이 부행장이 은행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보름 전부터 파다하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이순우 현 행장이 최근 돌연 연임 포기를 선언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윗선이)이 부행장을 찍어서 냈는데 행추위에서 후보가 안되면 난리가 나지 않겠나. 내가 연임되면 (버티다가 물러난)KB 임영록 전 회장처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금융권의 요직을 독식하던 ‘관(官)피아’ 시대가 저무는가 싶더니 그 자리에 청와대 등 정권의 힘을 등에 입은 민간출신 인사들이 득세하는 형국이다. 이를 신(新)관치로 표현하든, 정치금융으로 명명하든, 새로운 형태의 낙하산이고, 금융산업을 망치는 ‘비정상화’의 표본들이다. 얼마 전 민간기구인 은행연합회장 선출 사례도 다르지 않다. 후보추천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에 대한 당국의 내정설이 파다하더니 실제 그가 회장에 선임됐다.

무엇보다 최근 논란의 핵심엔 현정부 들어 급부상한 서금회가 자리한다. 서금회는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서강대 출신 금융권 동문이 결성한 모임으로 회원이 3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올 초 서강대 출신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임명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최근 논란 끝에 선임된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 모두 서금회 출신이다. 정권 초반 임명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서금회는 아니지만 역시 서강대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KBㆍ우리ㆍ하나ㆍ산은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휩쓴 고려대 출신 ‘4대 천왕’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경영자로 모셔와도 모자랄 판에 특정 학교나 특정 인맥 출신들이 정권에 줄을 대서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권력의 도움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외풍을 막고 금융경쟁력을 강화하리라 기대한다면 또 다른 ‘비정상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자산규모 270조원에 이르는 우리은행 행장을 뽑으면서 공식 선출기구를 당국의 거수기로 전락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출 결과는 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천명한 “비정상화의 정상화” 실행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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