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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아랍의 봄' 투사, IS전사로 생을 마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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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아랍의 봄' 투사, IS전사로 생을 마감하다

입력
2014.12.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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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무바라크 축출 시위에 앞장 다시 군사 정권 들어서자 좌절

직장서 쫓겨나고 연락 두절 지난 5월 가족 사망통보 전화받아

민주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사람들 어떻게 성전에 빠져드는지 보여줘

이집트의 봄에 참여했다가 IS전사로 죽은 아흐메드 알다라위.
이집트의 봄에 참여했다가 IS전사로 죽은 아흐메드 알다라위.

혁명의 열망은 환멸로 변환되기 마련인가. 2011년 민주화 훈풍으로 아랍을 들뜨게 했던 ‘아랍의 봄’이 이집트에서는 이제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혁명의 의지를 불태우다 이슬람 국가(IS) 전사로 죽음을 맞이한 한 사내의 최근 행적으로 전하며 3년 전과 확연히 다른 이집트의 현실을 묘사했다.

전직 경찰출신 아흐메드 알다라위는 2011년 민주화 시위대의 앞줄에 있었다.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시위에 참가하며 그는 희망을 봤다. 역사가 바뀌는 순간에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환희도 컸다.

자라온 가정환경과 경제적 수준을 따지면 알다라위는 기득권층에 속할만했다. 부모 모두 대졸자이고 누나는 학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카이로 소재 미국 대학을 졸업했다. 알다라위도 경찰학교 졸업 뒤 공직에 입문하며 제도권에 편입했다. 경찰이 된 뒤에야 부패와 야만으로 악명 높은 체제의 민낯을 봤다. 경찰을 그만 둔 뒤 이동통신사에서 스포츠 마케팅 일을 하게 됐다. 맞벌이로 한 달 수입이 7,000달러였다. 이집트의 가구 당 한달 평균 수입이 500달러이던 때였다.

정치적 폭풍전야였던 2010년 말 자유주의 좌파 단체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다. 표현력이 뛰어나고 균형감각도 지닌 그는 곧 모임을 주도했다. 그가 참여한 시위로 무바라크는 권좌에서 물러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알다라위는 임시정부 당국자들에게 경찰 개혁안을 제출했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의 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알다라위는 좌절하지 않았다. 의회 선거에 도전했다. 혁명을 주도한 무슬림 형제단에서 공천 의사를 밝혔으나 그는 자유주의 좌파 단체의 지원으로 유세에 나섰다. 여론조사에선 알다라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으나 친정부 성향 언론인이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공공의 적이란 목표물이 사라지자 또 다른 혼란이 찾아왔다.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됐다.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가 부딪혀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혼란을 틈타 군대가 다시 정권을 잡았다. 국민이 뽑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축출됐다. 알다라위는 분노하고 슬퍼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직장에서 쫓겨났다. 주변과 연락이 끊겼다. 지난 2월 동생에게 갑작스레 “엄마와 아빠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지난 5월 그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왔다. IS대원으로서 이라크 전투현장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억압을 받는 시리아인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 의식이 그의 IS행을 부추겼을지 모른다. 파와즈 게르지스 런던 정경대(LSE) 중동정치학 교수는 “알다라위의 사연은 이집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한다”며 “이뿐 아니라 ‘아랍의 봄’이란 거대한 염원과 희망이 어떻게 절망으로 바뀌고 알다라위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성전에 빠져드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이집트 법원은 지난해 8월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벌어진 시위 중 경찰서를 습격해 경찰관 13명을 살해한 188명에게 2일 사형을 선고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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