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농구 표방하며 새 룰 도입...1라운드엔 제법 속도감 있는 경기
차츰 파울 휘슬 많아지며 제자리
박진감이 사라졌다. 평균 득점 향상을 기대하기는커녕 제 자리 걸음에 가깝다. 김영기(78) 한국농구연맹(KBL) 총재가 취임 첫 시즌 ‘평균 득점=팬들의 만족도’라는 기치를 내걸고 의욕을 보였지만 오락가락하는 판정 기준 탓에 재미는 반감됐다.
국제농구연맹(FIBA) 경기 규정에 맞춘 2014~15시즌 프로농구 1라운드는 비교적 흥미진진했다. 심판들은 웬만한 몸 싸움에 휘슬을 불지 않았다. 힘과 힘이 맞붙는 농구를 용인했다. 흐름을 끊는 불필요한 휘슬이 줄어드니 경기 속도는 빨라지고, 경기 몰입도 역시 높아졌다. 1라운드에서 나온 개인 파울은 1,526개로 지난 시즌 1,661개보다 줄었다.
하지만 문제는 평균 득점이었다. 1라운드 평균 득점은 72.9점으로 지난 시즌의 74.7점보다 줄었다. 김 총재가 가장 강조했던 득점이 저조하자 알게 모르게 판정 기준이 달라졌다. 1라운드 후반부터 휘슬이 울리는 경우가 잦아지더니 2라운드에는 총 1,708개의 개인 파울이 나왔다. 1라운드보다 182개 늘어난 수치다. 파울로 인한 자유투 역시 1라운드 1,299개에서 2라운드 1,447개로 증가했다. 그 결과 평균 득점은 73.5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2라운드까지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기록을 비교해보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2013~14시즌 평균 득점은 72.8점, 개인 파울 3,410개, 자유투 시도 2,747개였다. 올 시즌은 평균 득점 73.2점, 개인 파울 3,234개, 자유투 시도 2,746개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프로농구다.
지방 구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 프로농구가 팬들이 볼 때 과연 재미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시즌 전 연습 경기를 할 때부터 심판들이 바뀐 룰을 적용해, 적응을 했었는데 예전처럼 휘슬을 불었다. 그런 상태에서 1라운드에 들어가니 어영부영 넘어갔고, 결국 득점이 안 나오니 다시 파울을 엄청 분다”고 말했다. 수도권 구단의 한 감독도 “판정 문제는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파울 콜이 잦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초반부터 지적됐던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1(U1ㆍ속공을 끊는 파울)의 기준은 여전히 일관성이 없었다. 고의로 끊었다고 보기 힘들거나 수비 숫자가 더 많은 데도 심판에 따라 U1 파울을 불거나 불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또 명백한 오심이 발생해도 별다른 설명 없이 넘어갔다. 감독들은 주장을 통해서만 항의할 수 있다는 규정 탓에 직접적인 항의를 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사례도 늘었다.
심판의 판정도 문제지만 현재 프로농구 상황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선수들의 기량 문제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결국 바뀐 룰에도 선수들이 많은 득점을 올렸으면 이렇게까지 안 왔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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