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 위협하는 부실 자재 ‘인코넬600’ 퇴출해야”
그린피스, 대책 마련 촉구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국내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14기에 부식이나 균열이 생기기 쉬운 자재가 쓰이고 있다며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의 자재는 ‘인코넬600’. 올 10월 한빛 3호기가 갑자기 가동 정지된 것도 인코넬600으로 만들어진 증기발생기 내부 전열관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구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이미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은 인코넬600 부품을 교체하거나 해당 원전을 폐쇄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왔다”며 “우리나라처럼 균열이 생기면 땜질한 뒤 재사용하는 처방을 반복하다간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인코넬600은 니켈과 크롬, 철의 합금으로 핵심 설비를 포함해 원전 4,000여 곳에 들어간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발생한 국내 원전 사고와 고장 건수의 약 60%가 인코넬600과 관련 있고, 인코넬600이 쓰인 증기발생기에서 문제가 생긴 전열관만 이미 3,700여개다. 원자로의 열로 증기를 만드는 증기발생기는 내부에 전열관이 수천개 설치된다.
문제가 생긴 전열관 상당수는 한빛 3, 4호기에 있다. 장다울 선임캠페이너는 “한빛 3, 4호기를 비롯한 6기는 미국이 인코넬600을 보완한 인코넬690을 사용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건설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알고도 인코넬600을 써서 원전을 지었다는 얘기다.
전열관을 수리하거나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려면 많게는 수천억원이 든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짐 리키오 그린피스 미국사무소 캠페이너는 “미국 민간발전사들은 인코넬600 설비를 공급한 제조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증기발생기 교체 비용을 부담케 했지만, 한국에선 전기요금으로 충당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국내 원전의 증기발생기 교체에 든 비용은 약 8,000억원이다.
이에 대해 박인식 한수원 대변인은 “인코넬600 관련 증기발생기 결함이 중대사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안전 보강을 위해 한빛 3, 4호기의 증기발생기를 각각 2019년과 2018년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에 대해선 “국내 법률로는 제조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고 소송으로 가도 서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미국 역시 결국은 (발전사와 제조사가) 합의한 결과였다”고 박 대변인은 덧붙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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