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성질·구조물 하중 정확한 계산, 연인원 138만명 투입 등 추정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백제 유적 풍납토성이 아파트 5층 높이까지 흙으로 쌓아 만든 거대한 성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풍납토성이 기원후 3세기 중후반에 동쪽 성벽 공사를 시작해 4세기 중반 이전에 완공됐고 4세기 말과 5세기 중반 두 차례 증축을 거쳐 규모가 확대됐다고 3일 밝혔다. 처음 성벽을 건설했을 때 높이는 10.8m였고 증축 과정 이후 높이는 최대 13.3m까지 올라갔다.
이번 연구 결과로 풍납토성이 한강변에 아파트 5층 높이까지 흙을 쌓아 총 3.5㎞ 둘레로 만든 거대한 성벽이었던 것이 규명됐다. 현재까지 정비된 성벽 높이는 지상 약 5m, 지하 약 3m다. 연구소는 중국 당나라 통전(通典)에 기술된 인부의 하루 작업량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 풍납토성 건설에 연인원 138만명 이상이 투입됐다고 추정했다.
연구소는 성벽의 연대를 밝히기 위해 방사성탄소연대와 광자극발광연대 등을 측정했고 20건 이상의 절대연대 측정 결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축조 연대에 대한 국제적인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성벽의 재료로 쓰인 토양의 화학조성과 유기질 함량이 주변의 자연 퇴적토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는 초기 백제가 지반의 특성과 구조물의 하중을 정확히 계산하고 토양의 다양한 성질을 혼합해 성토재료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정도로 뛰어난 과학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납토성은 한강변에 있음에도 연약 지반의 침하방지를 위해 시공하던 부엽공법(敷葉工法ㆍ가공된 기초지반 위에 점성이 높은 실트층과 패각류를 깔고 잎이 달린 가는 나뭇가지를 이용하는 고대 토목기법) 등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엽공법이 없었다는 것은 백제인들이 풍납토성 건설 당시 지반의 특성과 구조물의 하중을 계산해 기초지반이 성벽의 하중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번 풍납토성 연구는 2011년 시행된 동쪽 성벽 발굴 조사와 함께 진행됐으며 고고학, 영상공학, 지구물리학, 지리학, 측량학, 토목공학, 토양학, 핵물리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풍납토성은 백제 초기의 국가적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며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의 성공이 한반도 중부의 지역 문화가 새로운 국가사회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내년 초 연구 성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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