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동씨 신간에서 주장
제2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 처리를 논의한 얄타회담에서 소련은 한반도 독립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신탁통치를 고수한 회담록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김자동(86ㆍ사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이 최근 출간한 ‘임시정부의 품 안에서’(푸른역사)다. 일반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신탁통치는 모스크바 3상회의 전부터 미국이 구상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책에서 자신이 조선일보 외신부 기자 시절 찾은 64쪽짜리 얄타회담 비밀문서 내용을 인용했다. 이는 얄타회담 11년 뒤인 1956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단독 입수해 보도했던 내용이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처칠 영국 총리, 스탈린 소련 수상이 모인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건 미국이었다. 책에 따르면 스탈린은 한반도를 바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루스벨트는 3개국 혹은 4개국에 의한 후견기간 즉 신탁통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스탈린도 미국의 주장에 반대하지 않고 “신탁통치는 짧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40년 간의 후견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이 필리핀을 40년 간 훈련시켰지만 아직도 독립 준비가 미흡하다”는 게 루스벨트가 내세운 근거였다. 결국 루스벨트는 5년 이상으로 기간을 줄이지만 스탈린은 그것보다 짧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한다.
루스벨트는 회담 약 2개월 뒤 뇌출혈로 세상을 뜨지만 미국의 한반도 신탁통치 구상은 그 해 12월 열린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실현된다. 한반도는 반탁과 찬탁으로 나뉘어 대립했고 좌우 반목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김자동 회장은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채택된 최장 5년의 신탁통치 결정은 사실상 얄타에서 잉태됐다”며 “당시 반탁 대열에 있던 이들은 소련의 주장으로 신탁통치가 결정된 것으로 알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독립문의 현판을 쓴 이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이완용이 아닌, 자신의 조부 동농 김가진이라는 주장도 책에 실었다. 동농은 조선 말기 문신으로 독립협회 창설에 참여했다. 김 회장은 동농의 편액서, 이완용이 쓴 김천 직지사 대웅전 편액과 독립문 현판의 필적을 비교했다. 김 회장은 “이완용은 조선시대에 유행하던 원나라 설암 류의 서풍을 따랐기 때문에 한눈에 ‘독립문’ 글씨와 다름을 알 수 있다”며 “독립문의 한문ㆍ한글 편액은 김가진의 필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외에도 평생을 백범 김구와 함께 독립운동에 투신한 부친 김의한, 그를 도운 모친 정정화,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에 이르기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이어진 대한민국임시정부 28년간의 활동을 기록했다. 3년 전 비매품으로 엮어냈던 ‘상하이 일기’를 보완해 이번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출판했다.
박덕진 임정사업회 연구실장은 “임정 인사들이 왜 국가와 민족에 자신을 던졌는지 한 독립운동 가족의 역사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임정 막후, 국제정치 무대의 뒷이야기도 기록돼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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