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달 대규모 인사도 맞물려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했던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의 합성어)의 낙하산 행렬이 줄줄이 임기만료를 앞둔 금융협회 부회장 자리로 이어질 분위기가 감지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바람에 최근 협회장 자리가 대거 민간 인사로 물갈이되자, 금피아들이 상대적으로 감시망이 덜한 부회장 자리에 다시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민간 출신으로 수장이 교체된 한 금융협회는 신임 회장의 측근을 부회장으로 선임하려다 “금융당국의 인사 전까지 보류하는 게 좋겠다”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 동안 관피아가 회장, 금피아가 부회장을 나눠먹는 식이었는데 최근 회장이 민간 출신으로 바뀌면서 부회장직을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며 “회장 측근을 앉히자니 여전히 당국의 눈치가 보이고, 금감원 출신이 오면 회장의 입지가 약해지는 문제가 생길 판”이라고 말했다.
이달 금감원의 대규모 인사마저 예고되면서 협회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최종구 수석부원장, 조영제 부원장, 박영준 부원장 등 금감원 부원장 3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근 취임한 진웅섭 금감원장은 연내 9명의 부원장보급 임원과 실국장, 팀장 등 후속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줄줄이 인사 이동이 불가피해지면서 금감원 내부에선 ‘내년 공직자윤리법이 더 강화되기 전에 재취업 막차를 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퇴직 공직자 유관기관 취업제한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고,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을 현행 부서업무에서 기관업무로 범위가 확대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그 동안 금융협회 부회장 자리는 금피아의 몫이었다. 7월부터 금융협회도 취업심사 대상에 새로 포함되긴 했지만 금감원 업무가 광범위하다 보니 직접적인 업무연관성이 없는 경우에는 취업이 가능하고, 협회 부회장 선임절차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다. 협회 부회장은 이사회 동의 없이 회장이 추천, 총회에서 통과하면 선임된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 말에도 저축은행중앙회(정이영 전 금감원 조사연구실장)와 여신금융협회(이기연 전 금감원 부원장보) 부회장 자리에 조용히 금감원 출신이 자리를 옮겼고, 은행연합회(김영대 전 금감원 부원장), 생명보험협회(오수상 전 금감원 런던사무소장), 손해보험협회(장상용 전 금감원 감사실 국장)의 부회장 역시 모두 금피아다. 손보협회는 내달 15일, 금융투자협회는 내년 2월, 은행연합회는 3월, 그리고 생보협회는 9월 차례로 임기가 만료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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