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3인방 "10년간 안 만났다" 전화통화 시인해 관계 유지 정황
친인척 견제해야 할 조 전 비서관, 박지만 측근설에 노골적 두둔
비서실 간 알력설도… 문건 작성자 놓고도 상반된 주장 대두
청와대의 이른바 '정윤회 문건' 관련 의혹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 문건에 얽혀 있는 인사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이 많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야 할 의문점들이 착착 쌓이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어떤 사실이 드러나느냐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 정윤회와 청와대 3인방의 관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에는 정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등 청와대 비서관 3인방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깊숙하게 개입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정씨와 3인방은 "정씨가 2004년 박 대통령의 보좌 업무를 그만 둔 이후 10년 간 만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친박계 인사들도 "2004년 이후 박 대통령 주변에서 정씨를 목격한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2일 정씨와 이 비서관이 올 4월 시사저널의 '정씨 측의 박지만 EG 회장 미행 시도' 기사 대응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정씨와 이 비서관은 "정씨가 조 전 비서관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이 비서관에게 연락을 부탁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비서관이 정씨와 조 전 비서관 사이에서 '다리'를 놔 줬을 뿐 만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양측의 해명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인연을 끊었다는 이 비서관이 정씨의 부탁을 들어준 대목에선 두 사람이 최근까지 어떤 수위에서든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박지만과 조응천의 관계
‘정윤회 문건’이 처음 공개됐을 때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측이 정씨와 청와대 3인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박 회장과 가까운 조 전 비서관이 정씨와 3인방의 주변을 캐는 과정에서 문건이 작성되고 유출됐다는 시나리오다. 권력에 배제된 박 회장이 3인방의 견제 때문에 자신의 손발이 묶였다고 보고 3인방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지난 해부터 3인방의 비위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등 집중적으로 내사했고, 그 과정에서 양측 사이에 갈등이 쌓였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과 정씨의 권력 암투 설은 사실이 아니다. 올 초 취임 4개월 째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설이 거론되는 것이 의아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입성 배경에 대해서도 “나를 비서관에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박지만 EG 회장은 아닐 것”이라고 박 회장과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 주변에서는 “그가 박 회장의 핵심 측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윤회 문건을 직접 작성한 박모 경정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 회장만이 문고리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박 회장을 두둔했다.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의 편에 섰다면 조 전 비서관이 “워치도그”란 자신의 임무를 망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친인척의 비리나 인사 개입 등을 견제해야 할 공직기강비서관이 도리어 친인척과 결탁돼 국정을 흔들려고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문건 진짜 작성자는 누구
공직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문건 내용의 출처와 문건의 작성자를 두고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올 초 김기춘 비서실장 사퇴설 조사 과정에서 박모 경정(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보고한 것이 유출됐다”면서 “(정씨와 십상시들의)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나온 내용이라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십상시 모임의 실체가 분명히 있고, 보고서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십상시 모임이 실제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해도, 모임에서 오고 간 얘기들이 박모 경정에게 전달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윤회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건 작성 경위와 관련 “지난 달 박모 경정과 통화했는데,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문건을)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 윗선에서 밝혀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민정수석실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박 경정이 정씨와 3인방을 음해하려는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다는 뜻으로, 사실상 조 전 비서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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