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 맥주 등 전문지식 활용한 한국농수산대 졸업생들 고소득
수산양식과는 평균 1억7000만원
전남 해남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정병은(38)씨는 연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부농이다. 지난 2006년 배추파동으로 아버지가 일군 밭을 모두 갈아 엎어야 할 위기에서 절임배추 직거래 판매라는 아이디어로 배추농사에 첫 발을 담근 그는 8년 만에 어엿한 영농인으로 거듭났다. 정씨가 농사꾼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 뒤늦게 입학한 농대에서 채소학을 공부하면서부터다. 그는 “직접 채소를 키우며 익힌 지식을 기반으로 수확의 기쁨은 물론 수익성도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 문경에서 부모님, 형과 함께 오미자를 재배하는 김만종(26)씨는 농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영농에 뛰어들었다. 증조부로부터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집안 분위기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농사꾼으로써의 꿈을 키워온 덕이었다. 오미자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대학에서 특용작물학을 공부한 그는 현재 오미자 맥주를 개발해 지역 축제 등에 공급하며 한해 6,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된 노동에 돈 안 되는 분야’로 인식되던 농업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심 근로자 가구 못지 않은 소득을 올리는 ‘엘리트 농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일 한국농수산대학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학교를 졸업한 3,027명의 연 평균 가구소득은 6,814만원에 달한다. 같은 해 농수산업 종사자 가구의 평균소득(3,452만원)의 약 2배이자,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연봉(5,527만원) 보다 1.2배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졸업생 중 다른 분야에 진출한 경우도 있지만, 영농의 길을 이어가는 비율이 76%(2,303명)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졸업생 가구의 연 평균소득 추이는 2010년 6,516만원, 2011년 6,620만원, 2012년 6,115만원 등 꾸준히 6,000만원을 넘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기상여건이 다른 해보다 양호해 전체적으로 작물작황이 좋았던 데다, 캠핑문화 확산으로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한우 및 돼지고기 수요가 높아진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과별 소득을 보면 수산양식학과가 1억7,145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소가축학과 1억840만원, 대가축학과 7,303만원, 특용작물학과 3,874만원 등의 순이었다. 졸업 후 이들의 영농 방식은 부모와 함께 종사하는 비율이 58% 정도였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았거나 독립해 경영하는 비율이 각각 20% 가량을 차지했다. 학교 관계자는 “농수산업을 전문직으로 생각하고 진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개방화 속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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