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 의존 벗어나 산업 재편
제조업 육성하고 산업단지 조성
최근 중소형 플랜트에 관심
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호텔 지하 행사장 탁자에 중동 남성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개최한 ‘한ㆍ중동 산업다각화 협력 포럼’에 참석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알제리 터키 등의 산업부서 공무원과 기업 바이어들이었다. 대부분 한국 방문이 처음인 이들은 사전에 신청한 우리 기업인 100여 명과 1대 1 구매상담을 이어갔다.
상담을 마친 기업인들은 흡족한 표정으로 행사장을 나섰다. 대전의 산업기계생산기업 스토닉(STONIC)의 강진영 이사는 “오늘 접촉한 쿠웨이트 기업과 당장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중동은 진출이 매우 어려운 시장인데 이렇게 찾아와주니 수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오일 머니’에 의존하던 중동 산유국들의 ‘탈(脫) 석유’ 바람이 거세다. 과거 석유화학 등 원유 파생산업에 투자를 집중하며, 생활용품 등 소비재와 의료 등 서비스 산업은 주로 수입에 의존해 왔는데 이제 이런 분야로 투자를 넓히고 있다. 또 설비 투자도 유럽 일변도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경쟁적으로 산업다각화 및 제조업 발전, 중소기업 육성, 산업단지 조성 등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6대 석유부국인 쿠웨이트는 올해 초 중소기업 전담기구를 설립하고 70억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펀드를 조성했다. 플라스틱 식품 환경 신ㆍ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 샤다디아(Shadadiya) 등 산업단지 3개도 새로 건설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올 4월 중소기업육성법을 제정하고 비석유 민간부문으로 산업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기업설립 기간을 30일에서 3일로 단축하는 등 민간기업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이런 추세는 신ㆍ재생에너지 확산과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한 국제원유 가격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곧 다가올 수 있는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구조 재편에 나선 것이다. 한선희 KOTRA 중동지역본부장은 “중동 국가들은 원유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그간 유럽 기업들과 손을 많이 잡았지만 기술이전 등 실익은 거의 없다고 판단,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을 타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의 산업다각화로 특히 주목 받는 분야는 1,000만달러 미만 중소형 플랜트 산업이다. 제조업 육성과 산업단지 조성 등에 필수불가결한 중소형 플랜트 건설의 경우 중국과 독일 이탈리아가 중동에서 강세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중국보다 기술력은 우위에 있고, 독일 등 유럽산에 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는 ▦제지ㆍ판지 ▦포장용기 ▦폐기물처리 ▦수처리 ▦식품가공 설비를 수출 유망 분야로 꼽았다.
중동 전역에 플라스틱 식품포장용기를 공급하는 두바이 기업 NFPC는 제2공장 설립은 한국에서 파트너를 찾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굴지 제약사 쿠웨이트-사우디제약(KSPICO)도 수액제 제조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번 KOTRA 포럼에 참석했다. 쿠웨이트대학 교수 출신인 이브라힘 카타브 KSPICO 플랜트 매니저는 “현재는 독일과 이탈리아 설비를 쓰지만 한국 설비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며 “언어장벽만 극복한다면 한국기업들은 중동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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