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어제 오후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세입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했다. 국회가 법정시한(12월 2일) 내에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2002년 이래 처음이다. 국회선진화법의 자동부의 제도가 올해 처음 적용된 것이 주효한 결과이긴 하지만, 법정시한 내 예산안 합의처리에 힘쓴 여야 의원 모두에 모처럼 박수를 보낸다. 또한 이로써 국회가 수시로 법정시한을 넘겨 “입법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을 사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과거의 자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총액 375조4,000억원 규모다. 376조원 규모의 정부 제출안에서 약 3조6,000억원이 삭감되고 3조원이 증액됐으며, 세입감소 4,000억원과 재정적자 축소 2,000억원을 반영한 결과다.
올 예산 355조8.000억원보다 19조6,000억원이 늘어난 팽창예산이다.
여야가 막판까지 밀고 당긴 담뱃세 법안 및 배당소득 증대세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 체크카드ㆍ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 한시 인상, 소규모 주택임대소득 세부담 경감 등을 내용으로 한 각각의 법안도 모두 통과됐다. 이들 법안을 둘러싼 지루한 협상에서 여야 지도부가 보여준 타협과 양보의 자세에도 눈길을 줄 만했다. 지금도 ‘정윤회 문건’과 관련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공방을 거듭하더라도 예산안과 법안 심의 등 국회 본연의 입법기능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가 앞으로 그런 교과서적 원칙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란다.
내년 예산안 심의가 비교적 순조로웠던 것은 개정 국회법의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에 힘입은 바 크다. 즉, 국회법 85조의3은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과 세입예산 부수법안 등의 심사가 11월 30일까지 끝나지 않으면, 이튿날 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도록 했다. 따라서 11월 30일 이후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과 부수법안에 대해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한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세월호 정국에 따른 국회 장기공전의 결과 여야는 사전 준비가 허술한 상태에서 지난달 초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여당의 ‘시한 내 처리’ 다짐에 맞서 야당은 ‘철저 심사’를 강조했지만, 국회 안팎의 최종적 평가는 허술했다는 쪽이다. 그제와 어제 이틀 동안 원내대표가 사실상의 예산안 및 부수법안 심사를 맡았으니, 전문성도 의문이다. 다만 애초에 충실한 예산안 심사를 위한 시간 여유를 갖기 위해 국감을 상하반기로 쪼개 놓고도 실행하지 못한 스스로의 잘못을 탓할 일이지, 법을 탓할 게 아니다. 선진적 국회운영을 위해 여야가 분발할 일이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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